장규열한동대 교수
장규열한동대 교수

사람이 값없이 누리는 혜택을 이야기할 적에 늘 꼽던 ‘물과 공기’가 아니었던가. 봉이 김선달을 떠올릴 것도 없이, 이제 물은 이미 공짜가 아니다. 국내 생수시장의 규모는 곧 1조 원대에 육박할 정도로, 물은 누구나 사먹는 상품이 되었다. 그렇다면 공기는 어떤가. 수년 전 중국을 방문하면서 도심의 공기가 잿빛으로 변한 것을 보고 안타까웠더니, 이제 그런 하늘을 우리가 가지게 되었다. 문제가 심각하므로 그 까닭을 찾아 원인부터 해결하면 좋겠지만, 이제는 이미 닥친 현상에 대처하는 일에도 상황이 급하게 생겼다. 미세먼지. 홍수와 지진, 태풍과 가뭄 등 자연재해와는 다르게 미세먼지 문제는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문제가 아닌가. 기술의 진보와 산업의 발전이 초래한 대기오염이 그 주범인 것이다.

문명의 발달과 생활의 도시화가 빚어낸 환경파괴와 자연붕괴가 급기야 생존의 기본이 되어야 할 공기의 질을 급격하게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를 작은 분진인 미세먼지는 현대 인류에게 심각한 과제를 던진다. 특히 노인, 임산부, 어린이, 그리고 태아 등 미세먼지에 취약한 인구계층을 만들어내어 보건당국을 긴장하게 한다. 노인사망률이 급격하게 높아지는가 하면, 기형아 출산과 사산의 원인이 된다. 사람의 폐 속에까지 들어와 쌓이는 미세먼지는 각종 호흡기질환을 발생시키며 인체의 면역기능을 약화시킨다. 천식, 두통, 아토피 등의 질병들과 노년층의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게 하여 당뇨병과 심장병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의 발전과 함께 꾸준히 축적되어 온 인자들이 대기의 질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지속적으로 생겨온 문제라고 한다. 이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우리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면서 이루어 온 인류문명의 습속을 되짚어 보며 자연과 인간이 다시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뉴욕의 센트럴파크, 도쿄의 우에노공원, 런던의 하이드파크, 밴쿠버의 스탠리파크, 슈투트가르트의 그린유숲 등 세계 여러 도시들은 녹지공원과 도시숲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을 제공하면서 공기의 질을 순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하여 도시에 숲을 조성하면 미세먼지 저감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숲이 가지는 기능 가운데 대기오염물질 저감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이다. 나무는 흡수, 흡착, 침강, 차단을 통해 미세먼지를 줄인다고 한다. 도시에 더 많은 녹지공간이 확보되고 숲이 만들어 질 수 있다면, 도시의 미세먼지 해결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 도시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의 42%는 숲이 흡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나무와 숲이 미세먼지의 도전에 효과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관련하여 경북교육청이 점차적으로 ‘학교숲’을 만들어 교육환경에 숨길을 틔우고 환경보호도 돕겠다는 발상은 매우 좋은 발상으로 보인다. 미세먼지에 특별히 취약한 아동, 청소년들이 배우는 현장에 나무와 자연을 당겨놓겠다는 생각도 소중하다. 학교 담장을 콘크리트 벽보다 아예 나무을 심어 만들면 어떨까. 지역의 도시들은 어떤가. 도심의 녹지공간을 살피며 보존하기 보다는 훼손하거나 파괴한 일은 혹 없었는지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길게 보아 자연보호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도 나무와 숲은 살려가면서 도시를 계획하고 도로를 조성하였으면 한다. 짧은 안목에 갇힌 물질문명에 집중하기 보다 긴 호흡으로 지구를 살리고 지역이 숨쉬는 길을 택해야 하지 않을까. 잘라 없애고 지워버리는 일은 쉽다. 하지만, 그 바람에 날아가 버릴 우리 모두의 숨통은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 나무와 숲으로 공기를 살리자. 공기도 사 마셔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