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 완제품’ 생산 컨소시엄 구성‘메이드 인 포항’ 먹거리 만들어야
‘철제 완제품’ 생산 컨소시엄 구성‘메이드 인 포항’ 먹거리 만들어야
  • 박동혁기자
  • 등록일 2019.01.09 20:07
  • 게재일 2019.0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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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철강생태계 재구축하자
② 철강 전 공정 조성의 필요성
국내외 철제 완제품 업체에 우수한 철강소재를 공급하고 있는 포스코 현장관계자가 완성된 제품을 확인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국내외 철제 완제품 업체에 우수한 철강소재를 공급하고 있는 포스코 현장관계자가 완성된 제품을 확인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체들이 생산하는 철강소재가 완제품으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공정(工程)을 거쳐야 한다. 예컨대 생활용품으로 흔히 쓰이는 손톱깎이를 제조하려면 30∼40여가지 공정이 필요하다. 철판을 절단하고 금형과정을 거쳐 열처리, 가공, 연마, 조립, 도금 등 복잡한 과정을 끝마치면 완성된 제품이 탄생한다. 손톱깎이는 제품의 크기가 작고 0.01㎜ 차이로 손톱 절삭력이 좌우되기 때문에 자동차나 항공기 부품을 만들 때 사용되는 아주 정밀한 금속가공 기술이 사용된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충남 천안에 소재한 중소업체인 쓰리세븐(777)이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1975년 설립된 쓰리세븐은 매년 8천만개 이상의 손톱깎이를 생산해 90%를 미국·중국·유럽 등에 수출하고 있다. 쓰리세븐은 손톱깎이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인 철강소재를 포스코에서 공급받고 있다. 포스코는 고품질의 열연강재를 쓰리세븐에 공급해 수년전부터 불법 유통되고 있는 중국산 복제품이 결코 흉내낼 수 없는 유니크한 제품을 생산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주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압력솥도 10여가지의 제조 공정을 통해 완제품이 된다. 소재를 용해시킨 뒤 금형과정을 거쳐 주조, 가공, 각인, 조립 등 모든 프로세스를 통과하면 완제품으로 포장돼 소비시장으로 유통된다. 국내기업 중에서는 경기 안산에 자리잡은 주방용품 전문기업 PN풍년이 압력솥 생산에 앞장서고 있다.

PN풍년은 1954년 세광알미늄(주)으로 시작해 1970년대 자체기술로 압력솥을 처음 개발했다. 업체명보다 ‘풍년 압력솥’으로 많이 알려져 있을 정도로 압력솥은 PN풍년의 대표제품으로 통한다. 포스코 등 국내 철강기업의 뛰어난 철강소재를 납품받고 있는 PN풍년은 국내 압력솥 시장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일본·미국·유럽 등지에 제품을 수출하며 세계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성장가능한 中企 사업 참여시켜 수십여개 복잡한 공정 분담
포스텍·나노융합기술원 등 지역 연구기관과 기술연구 진행
세제혜택 등 지자체의 다양한 행·재정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자전거 시장의 공룡’ 일본 시마노(Shi mano)의 생산공정

자전거는 자가용 자동차가 흔치 않았던 1970∼1980년대 가장 인기 있는 이동수단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시기 포항에서는 출·퇴근시간만 되면 포항제철소 ‘자전거 부대’의 행렬이 형산강 다리 위를 주황색 물결로 가득채웠다. 1가구 1자동차 시대를 맞은 오늘날, 자전거는 이동수단으로서의 가치보다는 운동도구로서의 가치를 더욱 높이 평가받으며 레저마니아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자전거를 처음 구매하려는 사람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브랜드는 무엇일까.

아마도 일본의 글로벌 자전거 부품업체 시마노(Shimano)가 정답에 가까울 듯하다. 시마노는 이탈리아의 캄파놀로(Campanolo), 미국의 스램(Sram)과 함께 세계 3대 자전거 부품업체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자이언트, 트렉 등 세계적인 자전거 업체 뿐만 아니라 삼천리, 알톤 등 국내업체도 시마노의 부품을 활용해 자전거를 만들고 있다.

주방용품 전문기업 PN풍년의 풍년밥솥. /PN풍년 제공
주방용품 전문기업 PN풍년의 풍년밥솥. /PN풍년 제공

시마노는 완제품 자전거를 만들지는 않지만 페달, 브레이크, 체인, 휠, 변속기 등 자전거 제작에 필요한 모든 부품을 제작하고 있다. 2017년 기준 매출액 3천358억엔(약 3조4천693억원)을 기록하며 2012년 2천710억엔(약 2조7천998억원)에 비해 23.9% 크게 증가했다.

이 업체의 자전거가 생산단계에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는 7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먼저 제품의 컨셉을 결정하고 샘플을 제작해보는 기획디자인으로 시작된다. 다음으로는 시작품을 작성하고 평가 및 테스트를 하는 개발설계를 거친다. 이어 소재선정, 기술적 가능성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다. 효율적인 성형방법과 생산설비 자동화 등을 추진하는 생산기술 단계가 마무리되면 핵심단계인 제조공정을 통과해야 한다.

제조공정은 소재금속, 형상가공, 열처리, 표면처리 및 도장, 포장 등으로 구성되며 전공정 중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소재금속 단계에서는 철, 동판 등 다양한 철강금속 소재를 선정하고 형상가공 단계에서는 금속소재를 성형 및 절삭한다. 열처리 단계에 접어들면 가열·냉각을 통해 소재의 성질을 제품에 알맞게 변화시킨다. 표면처리 및 도장 단계에서는 제품의 부식을 방지하고 외견적 미관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포장 단계에서 제품이 안전하게 배송될 수 있도록 적절히 포장하는 작업을 완료하면 제조공정의 모든 과정이 종료된다. 제조공정을 마친 제품은 설계검증, 시험테스트 등을 통해 품질관리를 하고 대리점, 직영판매점, 해외영업 등을 통한 영업을 통해 판매된다.

이처럼 복잡하고 신중한 제작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시마노의 자전거 부품은 전세계의 자전거 생산업체에 수출돼 완제품으로 탄생하고 있다.

쓰리세븐의 손톱깎이.  /쓰리세븐 제공
쓰리세븐의 손톱깎이. /쓰리세븐 제공

□ 완제품 만들 생산구조 구축한다면 기존 철강공단과 함께 시너지효과

앞서 살펴본 국내외 사례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하나의 완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수십여개의 복잡한 공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전거, 압력솥, 손톱깎이 등 철제(鐵製) 완제품 생산업체가 철강소재가 생산되는 포항에서 곧바로 소재를 공급받아 완제품을 생산한다면 물류비 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제고 뿐만 아니라 철강도시 포항에서 생산되는 ‘메이드 인 포항’제품을 내세워 마케팅에도 쉽게 나설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조인 철강소재 산업에 집중하고 있는 포항에는 복잡한 공정을 지닌 완제품 생산을 위한 기술도, 노하우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프라도 없는 도시에 모든 공정을 갖춘 완제품 생산업체가 덜컥 입주를 결정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원스톱 생산이 가능한 업체를 유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복잡한 공정을 여러 업체가 나눠 부담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전국에 산재한 철강분야 중소기업 가운데 철강관련사업에서 한계에 부딪혀 새로운 사업분야를 찾고 있는 업체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이들 업체가 포항에 공장을 이전하거나 신설할 의사가 있다면 세제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를 동원해 유치를 시도해야 한다.

포항철강공단 내에 입주해 이미 사업을 진행 중인 기존 기업도 대상이 될 수 있다. 대상기업 중에서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기업은 막대한 자금력을 지니고 있지만 신규사업을 시작하려면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

일본 자전거 부품업체 시마노의 부품들.  /시마노 제공
일본 자전거 부품업체 시마노의 부품들. /시마노 제공

이러한 현실에 비쳐봤을 때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으나 성장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을 사업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최소 2∼3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 수십여개의 복잡한 공정을 분담한다면 효율적인 사업진행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렇게 구성된 컨소시엄은 포스텍, RIST, 가속기연구소, 나노융합기술원 등 뛰어난 역량을 자랑하는 포항지역 연구기관과 함께 철제 완제품 생산을 위한 다양한 기술연구도 진행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포항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포항에서 철제 완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생산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면 기존 철강공단과 함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자금력, 기술력 등이 열악한 지역 중소기업의 사정을 고려해 컨소시엄 구성시 지자체의 행·재정적 지원을 뒷받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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