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고 이전, 여론·현실의 벽 넘을까
포항고 이전, 여론·현실의 벽 넘을까
  • 이바름기자
  • 등록일 2019.01.06 20:41
  • 게재일 2019.0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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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준화로 옛 명성 회복 위해
농촌 흥해지역 부지 검토 소문
가능성 놓고 지역민 관심 무성
비용 확보 문제 등 걸림돌 많고
학생·학부모·주민 동의 ‘부담’

지역 명문고인 포항고등학교를 과거 영일군 지역내로 이전하는 논의가 물밑에서 검토되면서 지역사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 찬반 논쟁이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특히 시내 한가운데 소재한 포항고마저 외곽으로 이전하면 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는 학부모나 주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포항고는 1984년 1월 북구 학산동 288 현부지로 이전했다. 포고는 한동안은 매년 10명 이상의 서울대 합격생과 상위권 대학에 수많은 합격자를 배출, 지역 최고의 ‘명문(名門)’으로 우뚝서며 포항 교육을 이끌어왔었다. 이러다 보니 지역의 중학생들 목표가 포항고 합격이 될 정도로 입학문도 좁았다.

그러나 포항고의 ‘영예’는 2008년 포항에 고교평준화가 도입되면서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한다. 내신성적과 고입선발고사를 통해 일정 점수 이상만 되면 추첨으로 누구나 공평하게 포항고에 진학할수 있게 된 것. 이후부터 포항고의 명문대 진학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다른 고교에 비해서도 뒤처진 상황을 지금까지 회복치 못하고 있다.

포항고 이전 검토는 이런 위기감이 지속되면서 동창회 중심으로 얘기되다 점차 논의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재 유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서 역사와 정통을 자랑하는 포항고등학교의 계보가 자칫하면 끊길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평준화 이후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은 시내를 떠나 시 외곽지역 비평준화 고등학교인 포항영일고등학교, 포항동성고등학교, 포항오천고등학교로 자녀를 진학시키고 있다. 일부는 비평준화로 명문 반열에 있는 경주고로 진학하기도 하며, 상당수는 농어촌계 고교 입학을 위해 자녀가 중학교 1학년 입학할 때부터 거주지를 포항시 북구에서 남구로 옮겨가는 경우도 적지않다.

포항 A 사립고등학교 교사는 “비평준화 당시 포항고등학교와의 학생 유치전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3년 연속 특반 공부, 장학금 지급 등 여러 조건을 걸면서까지 노력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며 “지금 포항에서는 사립고교와 공립고교에서 성적과 학구열, 교사 등 모든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포항고와 라이벌 관계였던 포항제철고등학교가 2019학년도 서울대 수시 입시에서 16명의 합격자를 낸 반면 포항고는 단 한 명의 합격자도 내지 못하는 등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포항고등학교 동문들이 주축이 돼 외곽 택지개발지구로 이전하는 방안을 물밑에서 논의중이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일원이 우선 이전 장소로 거론된다.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인 이곳이 학생 수용성과 접근성면에서 최적의 장소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포항고 총동창회 등 포항고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학교 이전에 필요한 예산 및 적정 시기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고교 평준화제도 시행 탓에 포항 교육이 하향평준화가 됐고, 포항지역 내 교육열이나 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포항고 이전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 외곽으로 학교가 옮겨가게 되면 농어촌지역학교로 지정받아, 평준화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된다. 학생 선발 등에서 자율성을 갖게 되면서 평준화고등학교와의 차별성을 둘수 있어 다시 한 번 명문고의 명성을 되찾을수 있다는 계산이다.

공립학교는 일반적으로 공사가 40억원 이상 넘어가면 경북도교육청의 재정투자심사위원회를 거쳐야 하고, 100억원 이상은 도교육청을 넘어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위원회까지 안건이 올라간다. 학교 이전같은 경우는 용지부터 시설비 등을 포함하게 되면 2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포항고등학교 이전은 결국 지역을 떠나 중앙부처인 교육부로 공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공립학교 이전의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라며 “교육청 예산으로 가야 하는데, 많은 예산을 쓴다면 결국 ‘가만히 있는 학교를 왜 옮겨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이전 명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포항고등학교 건물은 지어진 지 30년이 넘었지만, 아직 건재한 것으로 확인돼 건물 노후화를 이유로 한 이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 2017년 포항 지진 이후 구조안전진단 결과 4개 동 중 3개 동이 B등급을 받았고, 한 개동은 A등급을 받았다. 학교 이전은 D등급을 받아야 한다.

여론전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북에서 유일하게 평준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포항 교육계 입장에서 포항고의 이전은 곧 ‘비평준화로의 회귀’로 해석될 수 있어 교육청 심사 등에도 걸림돌이다. 특히, 학교 인근인 학산동과 창포동, 우현동 등 포항고등학교 학군에 속한 학부모들의 반응도 주목된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공립학교 이전은 교육청 차원에서도 동의가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총동창회와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 등 여론 수렴과정이 필수적”이라며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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