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빈동 공구상가에는 ‘메이드 인 포항’ 완제품 한 개도 없다
남빈동 공구상가에는 ‘메이드 인 포항’ 완제품 한 개도 없다
  • 박동혁·고세리기자
  • 등록일 2019.01.01 19:10
  • 게재일 2019.0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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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철강생태계 재구축하자
① ‘철강도시’ 포항의 현재와 미래
포항지역 경제의 허브역할을 하고 있는 포항철강산업단지 전경. 이곳에 입주한 300여개 업체 대부분이 철강제품 생산에 매진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포항지역 경제의 허브역할을 하고 있는 포항철강산업단지 전경. 이곳에 입주한 300여개 업체 대부분이 철강제품 생산에 매진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50년 전 작은 어촌마을 포항은 국가 주도 하에 철강공단 설립이 추진된 이후 급성장하며 1990년대 이후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포항철강공단의 얼굴이자 큰형인 포스코는 세계적인 철강전문 분석기관 WSD(World Steel Dynamics)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에 9년 연속 1위에 오르는 등 세계 톱5를 다투는 글로벌기업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고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분야 후속주자들도 포항에 생산공장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철강공단 내 2만명에 이르는 근로자들이 연간 14조원을 생산해 32억달러(한화 3조6천억원)를 수출하며 경북지역을 넘어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포항경제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철강일변도의 지역의 산업구조를 다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포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본지는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맞아 신년특집 기획시리즈를 통해 철강도시 포항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진정한 철강클러스터 구축을 향한 과제에 대해 논의해 보려 한다.
 

지역백화점·대형마트에도
포항산 생활 완제품 없어
하루빨리 산업구조 다변화로
철강중심 경제 한계 극복해야

□철제(鐵製) 완제품 하나 못만드는 철강도시 포항

포항시 북구 남빈동의 남빈사거리 인근 상가. 직선거리 250여m 왕복 4차선 도로 좌우에 빽빽이 들어선 상가건물에는 수십년전부터 공구판매점, 철물점, 볼트전문점 등 50여개 점포가 자리를 잡아 이른바 ‘남빈동 공구상가’를 형성했다. 이곳 상가에서 취급되는 수백, 수천여가지 제품 중에는 알루미늄, 플라스틱과 같은 비철 제품도 있지만 상당수가 철(鐵)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그런데 철강도시 포항에서 만들어진 ‘메이드 인 포항(Made in Pohang)’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상가 입구에 들어서기 전부터 쉽게 접할 수 있는 철제 사다리는 강원 춘천과 경기 양주에서 생산된 제품이었다.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공구인 멍키스패너와 펜치는 각각 경남 함안과 경기 화성에서 만들어졌다.

독일에서 수입된 전동드릴, 스위스에서 수입된 전기톱 등 수입제품을 취급하는 업체도 대구에 본사를 두고 있다. 명색이 철강도시에서 철로 직접 만든 완제품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이곳에서 공구상가를 30년째 운영 중인 업주 김모(63)씨는 “포항에 완제품 생산 공장이 한 곳도 없는데 포항에서 생산한 철제 제품을 찾는다고 하니 어떤 대답을 해줘야 할 지 모르겠다”며 “우리 가게 제품은 30년 전에도, 현재도 모두 타지에서 들여온 것들 뿐이다”고 설명했다.

포항지역 백화점, 대형마트의 생활용품 매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철제 냄비는 경기 안산에서, 국자 등 철제 주방도구는 인천과 경기 광명에서, 옷을 보관하는 철제 행거는 경기 김포에서 생산됐다. 이곳에서도 생산지가 포항으로 표기된 철제 완제품은 단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대형마트 직원 최모(42·여)씨는 “생활용품 매장에 배치된 상품 중 포항에서 생산됐다는 제품이 있다는 말은 아직까지 들어본 적 없다”며 “철강도시 포항에서 직접 생산한 철제 제품이 있다면 고객의 구매욕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철강일변도 산업구조

포항철강공단은 ‘철강’이라는 이름에서 확인 가능하듯 ‘철’없이는 설명하기 힘들다.

포스코의 용광로에서 제선·제강·압연 공정을 통해 1차 철강제품이 생산되면 중간재 업체들이 제품을 가공해 강관, 후판, H형강, 철근 등 조선, 자동차, 건축산업에 활용되는 중간재를 만들어낸다.

중간재는 최종재 생산업체로 납품돼 자동차, 선박, 항공기 등 대형 제품에서부터 프라이팬, 밥솥, 손톱깎이 등 소형제품에 이르기까지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하는 완제품으로 재탄생한다.

현재 포항의 산업구조는 1차 철강제품에서 중간재까지 이르는 과정이 전부다. 철강도시에서 철제 자전거 하나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포항의 산업구조는 철강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 포항철강산업단지 관리공단에 따르면 2018년 10월 현재 포항철강공단 내 입주공장 347곳 중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1차금속 업체(129곳)와 조립금속 업체(68곳)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 56.8%에 이른다. 나머지 업체 중에서도 철강 생산과 무관한 업체는 석유화학 업체 36곳, 전기전자 업체 9곳 정도가 전부이며 상당수가 철강생산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업체다.

이는 포항지역 전체로 범위를 확장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포항시가 2018년 6월 작성한 2016년 기준 사업체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포항지역 제조업체 2천764곳 가운데 선박 건조업체는 24곳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종사자 100명이상 업체는 단 1곳도 없다. 자동차 생산업체는 단 1곳도 등록돼 있지 않으며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만이 13곳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철도장비, 항공기 및 우주선 관련 제조업체도 전무하다. 이렇다보니 지역 철강업체가 생산한 제품 대부분을 타지역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한 중소 철강업체 관계자는 “현재 철강공단에서 생산된 제품 중 90% 이상은 역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포항에 작은 손톱깎이라도 철을 활용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있다면 생산과 공급의 선순환구조를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기업·산업 간 새로운 융복합 혁신 위해 산·학·관 협력해야”
인터뷰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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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기술개발·시장개척 등
경영다각화에 적극 나서야하고
행정과 금융기관 자금지원해야

-포항시의 현 산업·경제 상황에 대해 간략히 진단해본다면.

△구체적인 수치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고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예를 들어 이야기해 본다면, 과거에는 어지간한 눈보라나 태풍이 불어도 건강을 유지해 낼 체력이 있었는데 요즈음에는 수년 전부터 감기몸살에 걸렸다가 나아지면 다시 몸이 으스스해지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약간의 미열이 있는 상태가 아닐까. 내일모레의 날씨도 여전히 흐려 앞으로 기후 변동성이 높아지게 된다면 다시 감기에 걸릴 수 있는 불안한 상황이라 본다.

-현 포항시 경제성장의 정체가 지역 경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철강클러스터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취약성에서 기인한 것이 크다고 생각하는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고 본다. 즉, 포항경제의 주력인 철강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취약성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세계적인 철강경기의 둔화가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면은 맞는 이야기지만, 포항경제 전체를 두고 볼 때 철강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에도 새로운 동력, 그리고 한쪽이 안 좋을 때 버틸 수 있는 다른 한쪽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도 현재의 정체 요인의 하나로 보아야 할 것 같다.

-따라서 철강산업 의존도가 높았던 포항시에 대해 산업생태계의 재정비(재구축)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맞는 말이다. 문제는 포항시의 산업생태계 중 하위생태계를 철강부문, 물류부문, 건설부문 등으로 나누어 보면, 철강부문은 재정비 내지는 재구축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생태계의 형태로 조성되지 않았던 것임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건설부문을 이야기하자면 고부가가치의 전문건설업체보다는 대부분 토목과 같은 부문에 쏠려 있다는 점도 지역 내 다양한 개발사업에서 지역업체의 참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앞으로 모든 산업정책은 상류, 중류, 하류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단일이 아닌 다양성을 가진 유기적인 생태계로 조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성을 강화하는 유일한 방안일 것이다.

-‘처음부터 포항의 철강부문이 생태계의 형태로 조성되지 않았다’고 언급을 했는데 조금 더 설명을 덧붙인다면.

△현재 포항 철강산업은 우리나라 전체를 철강생태계로 놓고 봤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포항으로 국한해놓고 봤을 때, 포항에서는 기초소재와 중간재만을 오래 공급해왔던 관계로 국내 각 지역에서 아주 작은 전로 업체에서 철을 생산해 부품을 만들고 최종제품을 만들어내는 것과 달리, 기초와 중간재만으로도 경제가 성장해 현재 제대로 된 생태계가 형성되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수출을 위한 공단, 산단 등과 같은 산업단지가 산업생태계 차원이 아닌 집적의 효율성을 더욱 높게 평가한 기업집적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클러스터라는 생태계로 발전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포항 내에 분양돼 있는 다양한 산업단지에는 최대한 업종제한, 업태 제한을 풀어 제조업, 비제조업 등의 기업·산업 간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융복합을 통한 혁신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현재 포항시와 포스코, 철강공단 등의 자구책 마련에 대해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고 보나.

△사실상 포스코는 국제적 기업이기 때문에 우리가 걱정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포스코 외에도 포항철강공단 내의 대기업·중견기업들은 충분한 힘이 있기 때문에, 그보다는 단일제품만을 가지고 단일 납품처에 그동안 별개의 기술개발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었던 지역 중소기업들에 관심이 있다.

이들이 납품처로부터 납품이 어려워졌을 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납품처나 기술개발, 시장개척 등 경영다각화를 모색하고자 하는 경우 일정 기간의 유동성 자금이 필요하다면 그에 대한 자금지원을 포항시나 지역 금융기관이 담당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또 그들이 새로운 분야를 모색할 때 기술지원이 필요하다면 포스텍이나 RIST 처럼 지역 두뇌들이 나서주는 등 산학관이 협력해서 운영하는 지역산업 지원생태계와 같은 상시적인 연결네트워크 마련이 중요하다고 본다.

/박동혁·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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