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소득주도성장정책과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경기침체와 일자리축소 등의 부작용을 빚게 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문제는 대구·경북지역을 텃밭으로 하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지지율도 동반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뭔가 타개책이 필요하지만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은 자유한국당이 자체 치유할 수 없는 간극을 던져주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특히 이번에 치러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를 보면 친박계는 나경원 의원을 지지하고, 비박계는 김학용 의원을 지지해 계파전 양상으로 치러졌다. 승부는 중립지대에 있던 의원들의 선택으로 갈라졌다. 친박계 잔류파의 지지를 등에 업은 나경원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서 33표 차이로 압승을 거둠으로써 향후 비박계 복당파보다는 친박계 의원들의 입김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나 의원이 주장하는 ‘반문연대’‘보수 대통합’‘제3지대’ 등의 구호는 어차피 결집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지만 친박계와 비박계는 어쩔 수 없이 한배를 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거대 여당의 공세속에 몸집을 키우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뼛속깊이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바른정당 의원 12명이 깜짝 복당한 데 이어 지난 해 11월에는 김무성 의원 등 8명이 돌아왔고, 지방선거에서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슬그머니 복귀했고, 최근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입당했다. 어느새 ‘도로 새누리당’이 돼가고 있는 한국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깊어가는 계파갈등은 보수대통합 등 일사불란한 대오를 형성하기 어렵게하는 요인이 되고있다. 계파별 내부사정을 짚어보자. 지난 달 31일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친박계인 4선의 홍문종 의원은 “탄핵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결론내리지 않고는 우리 당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당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 당을 저주하고 탄핵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대오각성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 탄핵 찬성파, 즉 복당파를 작심비판하며 탄핵에 대한 입장정리를 요구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국정농단의 공동정범으로 지목받으며 ‘폐족’이 되다시피했던 그들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를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탈환해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여전히 ‘박정희·박근혜’부녀에 대한 애증이 교차하는 등 민심이 크게 변화가 없고, 최근에는 태극기 부대가 책임당원으로 대거 가입하는 등 적극 지지층도 크게 증가했다. 친박계가 ‘탄핵재평가’를 당당히 외칠 수 있게 된 실질적 배경이다. 친박계가 ‘탄핵재평가’라는 정면승부 카드를 던지며 부활을 꿈꾸는 것은 내년 전당대회 승패에 따라 자신들의 생사여부가 갈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있는 복당파 역시 절박하기는 마찬가지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불을 지핀 보수대통합은 당안팎으로부터 시큰둥한 반응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도정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통합대상인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국당을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로 규정했다. 어떻든 탄핵 찬성파 의원들이 합류해야 복당파의 당내 위상이 올라가고, 탄핵과정에 대한 정치적 부담도 덜어낼 수 있지만 그리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친박계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정리를 요구하며 보수대통합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 자체도 매우 곤혹스럽다. 박 전 대통령 탄핵문제는 복당파에 있어서 아킬레스건이자 딜레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지도부를 친박계가 차지할 경우 복당파의 앞길은 어떻게 될 것인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원죄에 대한 책임론이 나올 것이고, 공천경쟁에서도 직격탄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 조직강화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전원책 변호사가 “한국당 모든 문제의 뿌리는 박근혜 문제”라고 했던 진단이 맞아 떨어지는 모양새다. 한국당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