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미·중간 무역갈등 양상에 따라 연일 증시가 출렁인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타난 갈등의 결과를 보아도 서로에게 득이 없다. 미국은 관세장벽을 통해 중국의 수출을 줄이지 못했고, 오히려 값싼 중국 부품을 막아 물가만 올렸다. 앞으로 갈등의 수위를 올려봤자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서로가 몇 대씩 맞아보면 아플 것이다. 그렇다고 한 쪽이 KO될 것 같지는 않다. 결국 궁극적으로는 타협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모르나 타협으로 결론지어질 것은 상식이다.

트럼프는 미국인들에게 직업을 되찾아 주겠다며 무역갈등으로 싸움을 시작했으나 관심은 신기술의 지적재산권에 있다. 이것이 중국으로 넘어가면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한 과학자는 태아의 유전자를 편집해서 시장에 쇼크를 줬다. 황우석 사태를 떠 올리게 하는 극단적인 사건이다. 인간의 유전자를 설계한 신의 허락을 받지 않고 사람의 DNA를 영원히 바꿔버릴 수 있는 조치였다. 명분은 태아의 에이즈 감염을 피하기 위한 시술이었다고 하지만 그 아이가 어떤 다른 바이러스에 취약해질지, 또 시간이 가며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모른다. 신께서 어떤 비밀을 숨겨 놓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도 이 과학자는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중국 내 규제가 느슨하다는 것은 주목할만 하다. 바이오 기술은 차세대 신기술 중 핵심적인 부분이다. 중국이 IT에서 미국의 견제로 인해 제동이 걸린다면 바이오 산업에서 자국 내 규제를 완화하여 미국을 앞지를 가능성이 있다. 현재 유전자 편집에 있어 세계적인 대가는 하버드대학의 조지 처치(G. Church)와 MIT의 펭 쟝(Feng Zhang)이다. 펭 쟝은 중국인이다. 즉 이미 중국인이 이 분야에서 세계 선봉에 서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가 IT에 이어 바이오 기술도 중국으로의 이전을 차단할 확률이 높다. 이것이 심해지면 중국인들의 미국 내 연구활동마저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한국 바이오 업체들이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오랜 기간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올 수도 있다.

이야기의 초점을 다시 무역갈등에 맞춰 보자. 지적재산권 다툼과 달리 무역갈등은 결국 타협될 것으로 기대됐다면 증시에 큰 영향을 주지 말았어야 했다. 사실 예전 같았으면 증시 참여자들이 이 사건에 대해 비교적 침착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작은 것에 대해서도 예민해져 있다. 그 이유는 증시 저변에 불안한 요인들이 있음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것은 첫째, 내년 기업들의 실적이 얼마만큼 둔화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에너지, 자동차 산업에서 한계기업이 나올 수도 있다. 둘째, 장단기 금리차가 점점 사라진다는 점이다. 어쩌면 역전될 수도 있다. 즉 기업들이 투자할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증시가 출렁거리는 요인은 이런 것들인데 투자자들은 무역갈등을 보고 있다. 무역 갈등이 해소된다 해도 증시가 회복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한편 시장이 당장 기대하는 것은 중국이 약속한 미국의 농산물, 에너지, 자동차 수입을 이행할 것이고, 그 답례로 미국이 중국에게 보상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짧은 모멘텀이지만 그런 것에도 반응하는 시장으로 변질되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갈등 수위가 낮아지면 북-미 관계도 편해질 수 있다. 왜냐하면 미국은 북한을 중국의 일부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미국이 중동을 두들기면서도 북한을 내버려 두었던 이유도 이런 배경이다. 만일 북한이 미국에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은 중국이 쐈다고 간주할 것이다.

그러나 가변적인 정치판도에 베팅하는 것은 어리석다. 당분간은 편하게 시장을 헤지(hedge)하고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자산에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