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국정감사장에서 ‘동맹론자’와 ‘자주론자’가 격돌하였다. 한국당의 김무성 의원은 ‘북핵 위협에 대처하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민주당의 송영길 의원은 ‘한반도문제의 주체로서 자주적 자세’를 역설하였다. 동맹론자는 ‘현재’의 북핵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는 ‘현실주의자’이며, 자주론자는 ‘미래’의 바람직한 남북관계에 역점을 두고 있는 ‘이상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국가안보전략으로서 이 두개의 관점은 각기 장단점이 있다. 현실주의자는 국가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힘, 즉 ‘국력’임을 명확히 인식시켜준다. 평화는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에서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핵무기가 없는 한국이 북한의 핵위협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의 핵우산’이며 그것을 보장하는 수단이 바로 한미동맹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역시 강력한 한미동맹과 대북제재가 뒷받침될때 비로소 진전될 수 있다는 인식이다. 다만 한미동맹은 ‘힘의 불균형 동맹’이기 때문에 미국의 지나친 간섭 또는 이익을 위해 우리의 이익이 훼손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수반된다.

반면에 이상주의자는 주권국가의 안보전략은 주체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한반도문제 당사자는 한국이기 때문에 우리의 대북정책과 비핵화접근법에 대해 미국은 당연히 존중하고 협력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할 수 있는 것은 지속적 제재가 아니라 협상에 따른 제재완화라고 주장한다. 다만 이상주의자는 ‘비핵국가인 한국’이 ‘핵보유국인 북한’에 독자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반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선의는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또한 한미 사이에 엄존하는 현저한 ‘힘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국제정치관은 비현실적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생존을 확보하는 동시에 평화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인식과 접근이 필요한가. ‘생존은 현재의 위협’이며 ‘통일은 미래의 과제’다. 미래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현재의 위협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평화통일은 정확한 현실인식을 토대로 모색할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남북한 간의 ‘핵 비대칭성’과 북한의 ‘우리민족끼리 전술’의 의도를 경시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고 이상을 고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동맹론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생존이 전제되지 않는 통일이란 자유민주주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권국가로서의 자주성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냉혹한 국제정치에서는 힘이 없으면 지켜지기 어렵다. 만약 우리에게 힘이 있었다면 1950년 북한의 남침을 유엔군의 도움없이 독자적으로 격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의 한미동맹은 그 연장선에 있음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당연히 자주국방을 희망하지만 북한의 핵위협에 독자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겪으면서 평화를 염원했던 미국의 이상주의자 윌슨(W. Wilson) 대통령은 국제연맹(LN)을 제창했으나 현실주의자들이 지배하고 있는 상원의 비준 거부로 가입하지 못했다. 그는 현실을 외면하고 이상만 추구함으로써 ‘자기모순(自己矛盾)’을 범했던 것이다. 국제연합(UN)에서도 안전보장이사회의 5대 상임이사국에게 ‘거부권(veto power)이라는 특권’을 주고 있는 것도 그들이 세계평화를 책임질 수 있는 ‘5대 핵강국’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정치에서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이상만 추구한다면 그것은 결국 실현될 수 없는 공상(空想), 즉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나고만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