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희선숙명여대 교수·정치학 박사
▲ 신희선 숙명여대 교수·정치학 박사

한국은 ‘과잉교육 사회’다. 수학능력시험이 있었던 지난 15일, 외신들은 “학생들이 하루 16시간까지도 학교에서 공부해야 하고, ‘SKY’로 불리는 명문대 진학을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을 받는” 한국의 현실을 다루었다. 우리 사회 구조적 병폐 중의 하나가 대학입시다. 문재인 대통령은 “출발선의 불평등”을 개선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리고 신분 상승의 욕망이 개입된 대학입시를 개혁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 숙의 결과를 보더라도 대입제도를 둘러싼 여론 수렴이 쉽지 않음을 방증한다. 수능 비율 확대를 말하면서 동시에 수시 전형도 강조하는 입시 딜레마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대학 입시를 위한 공부지옥에서 학생들을 벗어나게 하면서 또 제도의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현재 수시중심 입시제는 불평등과 불공정을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고교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된 학생부 종합전형이 문제다. 공교육을 살리고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수시전형을 위한 스펙쌓기로 학생과 학부모가 감당하는 비용이 커지고 있다. 학생의 노력보다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이 요구되고 어느 교사를 만나는지가 더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숙명여고 사태는 이 제도가 오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학생의 다양한 자질을 평가하는 ‘수시’를 현 77%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에 17.9%가 찬성한 반면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정시’를 현 23%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53.2%였다.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변수가 개입될 수시는 안된다는 여론이다.

지금의 입시제도에서 어느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오죽하면 대학입시를 거부한 학생들이 “삶의 방향을 바꾸는 투명끈”을 말하겠는가. 고등학교는 이미 대학입시 준비 기관으로 전락했다. 학생들은 ‘생기부’에 몇 줄 추가하려고 이것 저것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져 분주하고 피곤하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교과활동과 학교생활을 꼼꼼히 기록해야만 하는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생기부’ 작성과정과 결과에 대한 불신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학부모들은 대학별로 너무나 다양한 수시전형으로, 자녀의 입시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지 난감해하며 입시설명회를 찾아다닌다.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를 힘들게 하는 상황에서 사교육 시장만 번성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대학입시를 정상화하려면 논술과 면접시험을 강화해야 한다. 누군가가 꾸며주고 만들어 준 서류로는 알 수 없는 학생 개인의 잠재력과 인성이, 읽고 쓰고 말하는 과정에서 보인다. 지금의 수능시험은 “실력과 관계없이 지문과 문제를 얼마나 빨리 읽는지가 관건”이다. 주어진 시간 내에 한 문제라도 놓치지 않으려면 생각할 여지없이 바로 답을 찍을 수 있어야 한다. 수시에 합격한 경우 수능시험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수능결시율이 매년 증가하여 올해는 10%가 넘었다고 한다. 수능마저 무력하게 만들고 있고 학교생활 기록과정에 비리가 작용할 수 있다면 수시의 비중을 줄여야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팽팽하다.

현재 입시제도에서는 수험생 10명 중 8명은 수시로 진학한다. 그렇다면 학생부 종합전형보다 학생의 실력을 온전히 평가할 수 있는 논술과 면접이 ‘상대적으로’ 공정하지 않겠는가. 논술은 기본적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반영하여 출제하도록 돼 있어 학교 교육에 충실해야 하고, 형식적으로 독서기록장만 채운 경우 실제 논술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더구나 면접은 학생들을 직접 보면서 학업이수능력 외에도 여러 측면을 살필 수 있다. 온전히 수험생만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입시제도가 공정하다. 수능이 끝났지만 다시 대학입시를 위한 전략을 짜고 있는 지금,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묻는다. “시작하기 가장 좋은 날은 내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