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울진·영덕서 요구 사업 중
정부, 37개 사실상 불가능 판정
지역선 “탈원전 밀어붙이기식
그냥 죽으라는 소리 마찬가지”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은 주낙영 경주시장, 이희진 영덕군수, 전찬걸 울진군수 등 경북 동해안 3개 지자체가 정부에 요구한 탈원전 후속 대책이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3개 지자체가 제안 사업 39개 가운데 달랑 2개 사업만 정부가 수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의 반발도 우려된다.

21일 3개 지자체에 따르면 영덕군은 △영덕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 조성 △동해안 해상풍력 산업단지 유치 등 11개, 경주시는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사업 변경 △원전해체연구소 경주 유치 등 8개, 울진군은 △수산 가공 선진화 종합단지 조성 등 20개 사업 지원을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 3개 지자체가 제안한 탈원전 후속대책 사업 가운데 2개 사업만 수용하고 나머지 사업은 거부한 것으로 자유한국당 곽대훈(대구 달서갑) 의원실이 밝혔다. 탈원전 피해 지자체의 제안에 정부가 극히 미온적이라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곽대훈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에 반영된 탈원전 후속 대책 사업은 울진의 △북면농촌중심지 활성화, 영덕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공모사업 뿐이다. 그 이외에 나머지 사업들은 ‘검토예정’혹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하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사실상 나머지 사업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실제 영덕의 △축산(영덕) 블루시티 조성 △블루시티 주민센터 복합개발 사업 △강구항 개발사업에 대해 해양수산부와 국토교통부는 “불가능하다”,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다”, “타당성 재조사 결과 통과되지 못했다”고 답변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 경주시에서 제안한 △방사선융합기술원 설립 △원자력안전 및 원전수출 진흥 연구센터 설립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 사업 등에 대한 답변 역시 원론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검토하겠다”, “장기적으로 종합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각 부처가 답변했던 것이다.

울진에서 제안한 △원전주변지역 도시가스 공급관 설치 △죽변등대일원 순환레일 설치사업 등에 대해서도 미온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외에 반영되지 않은 사업들 역시 타당성이 낮거나 지자체 계획안이 제출되면 검토할 예정이라는 의견을 냈을 뿐이다. 탈원전 후속대책 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미흡함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경북도의 피해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덕출신의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취임 일성으로 “탈원전정책의 기조가 변함없다”고 밝힌데 이어 동해안 지역주민들에게 또한번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영덕지역은 석리 일대 등에 건설될 예정이었던 천지원전 1·2호기 건설이 백지화된 상태이며, 울진지역은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이 무기한 연기돼 원전 위주의 경제구조로 재편된 지역의 경제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경주의 경우 월성원전 1호기의 조기 폐쇄가 예정돼 있어 이들 지역의 피해액이 줄잡아 약 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천지 원전 1·2호기 건설이 무산된 원전 예정부지 324만㎡는 18.9%만 한국수력원자력이 매입한 상태로 사유재산권만 침해당한 채 아무런 대책없이 방기돼 있다.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가 탈원전 정책 이후 종합설계와 환경영향평가가 모두 중단돼 지난 5∼6월부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영덕군의 경우 원전자율신청특별지원금으로 지원받은 380억원마저 물어내야 할 처지에 놓여 있어 지역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영덕 원전 생존권 대책위 관계자는 “청와대가 울진 지역민들과 민관대화창구를 개설키로 한뒤에 잇따라 들여오는 소식이 전부 탈원전 기조에서 한발짝도 나아갈 기미는 없고 밀어붙이기식의 지역 무시정책으로 일관하는 듯하다”면서 “원전 의존형 경제구조로 변한 동해안 지역 3개 지자체에서 제안한 사업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그냥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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