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서민의 삶이 서린 곳, 인정과 훈훈한 민심을 느낄 수 있는 곳 등이 그런 곳이다. 물건값을 깎아 준다거나 한 줌 더 얹어 건네주는 상인의 따뜻한 손길에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사람 사는 맛을 느끼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화로 대형마트가 대거 등장하면서 우리의 전통적 재래시장은 이제 서민의 곁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서민의 삶이 살아 숨쉬는 현장임에는 부인할 수가 없다.

행복 북구문화재단이 ‘매천시장’이란 이름의 창작 뮤지컬을 만들었다. 국제적 뮤지컬 도시를 꿈꾸는 대구에서 서민의 애환이 서려 있는 재래시장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만들어져 각별한 관심이 간다. 전국 18개 문화예술회관을 대상으로 공모했는데, 이 지역에서 낸 작품이 선정된 것도 뜻깊은 일로 보인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는 뮤지컬 ‘매천시장’이 소재의 참신성과 지역특성이 잘 반영된 작품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란 부제가 보여주듯 이 작품은 도매시장 상인과 경매사, 농민, 손님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그들의 삶을 조명했다. 새벽부터 분주히 움직이는 도매시장의 역동성을 표현하고 재래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소박한 삶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한 작품이다.

대구 매천시장은 북구 매천동에 있는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을 약칭해 부르는 이름이다. 대구 유일의 도매시장이지만 한강 이남에서 가장 많은 농산물이 유통된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농산물 금액만 무려 연간 1조 원에 달한다. 거래 물량이 55만t 정도라고 하니 그 규모를 알만하다. 부지 15만4천㎡, 건축면적 9만6천㎡이나 30년이 지나면서 건물이 낡은데다 구조의 불합리로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해 대구시가 2023년까지 시설현대화 사업을 추진해 시장의 기능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뮤지컬 ‘매천시장’은 뮤지컬의 생성과정이 우수했을 뿐 아니라 서울 다음으로 큰 우리지역 도매 기능을 가진 매천시장의 홍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부터 북구 ‘어울아트센터’에서 개막된다고 한다. 한 번쯤 구경 가 봐도 좋겠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