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고용절벽 난제를 풀어내지 못한 정부가 드디어 ‘공공 맞춤형 일자리’라는 이름의 땜질식 임시처방에 돌입했다. 이 정책은 시작하자마자 전형적인 ‘머릿수 채우기’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고용 할당량을 정해 산하기관 등에 하달하면 현장에서는 수요나 필요를 따지지 않고 무턱대고 채용하고 있다. 고용시장을 완전히 왜곡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엉터리 일자리 정책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깊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연내 공공부문에서 5만9천개의 ‘맞춤형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단기 일자리의 종류를 보면 DB 정리작업(철도시설 관련 중요기록물 DB 구축 등), 자료 입력(중소기업 대출기록 전산화·법원 사건기록 정리 등)처럼 단순 업무가 많다. 산이나 전통시장 화재 감시원(1천500개)도 단기로 뽑는다. 정부 사업의 홍보(일자리 안정자금 홍보 확대 등)도 다수 포함됐다. 빈 강의실을 점검하는 ‘국립대 에너지 절약 도우미’처럼 급하게 끼워 넣은 흔적이 역력한 일자리도 있다. 체험형 인턴이라는 이름의 청년 단기 일자리(5천300개)도 보인다.

정부의 이 정책 추진과정을 보면 그야말로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기재부는 지난 9월 14일 정부 부처 공공기관 360곳에 ‘BH(청와대) 요청’으로 단기 일자리 현황 파악을 요구한다. 불과 며칠 뒤인 9월 18일과 27일, 28일, 그리고 10월 2일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에 재차 공문을 보내 단기 일자리 확충안을 낼 것을 촉구했다.

공기업 관계자들은 “조금이라도 가치있는 단기 일자리를 만들려고 했다면 내부에서 의견을 모을 시간이 필요했다”면서 “급히 내라고 하면 지금까지 냈던 단순 청소, 서류 정리 업무만 내야지 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관계자는 “딱히 시킬 일도 없지만, 그냥 뽑으라니까 뽑는다”고 실토하고 있다.

야당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세금 알바’, ‘가짜 일자리’ 등 거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당장 시급하게 일자리가 필요한 국민을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고,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진정성을 이해해달라”는 호소를 내놓았다. 1998년 3월 김대중 정부는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대책’의 하나로 ‘공공근로사업의 확대’를 내놨었다. ‘고용쇼크 응급처방’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걱정을 잠재우긴 어렵다.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연말쯤이면 나타날 것이라더니, 이런 땜질 정책을 작정한 것인가. 경기가 곤두박질치고, 기업들이 엎어지는 원인부터 제대로 고쳐내야 한다. 복통으로 울고 있는 아이의 배에 머큐로크롬 발라준다고 배탈이 낫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