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식·용돈 제공해준다”
20여명에 접근, 명의 빌려
선박 등 구입해 담보대출
2개조직 45명 무더기 검거

노숙자들의 명의로 대출을 받은 뒤, 수십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검거됐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8일 “노숙자들에게 숙식과 용돈을 제공하겠다며 이들의 명의로 대출받은 뒤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작업대출사기단 2개 조직 4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중 노숙자 공급책 A씨(47) 등 8명은 구속됐으며, A씨 등과 함께 범행에 가담한 20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또 달아난 17명을 지명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5년 4월부터 최근까지 서울역과 청량리역 등에서 용돈을 미끼로 노숙자 20여 명에게 접근했다. A씨 등은 노숙자의 명의로 선박과 아파트 등을 구입한 뒤, 이를 담보로 36억여원의 대출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아들은 대출에 필요한 노숙자를 모집하는 공급책과 노숙자들을 숙소에 모아 용돈을 주고 감시하는 관리책, 노숙자들의 명의로 대출을 진행하는 대출실행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 등은 모집한 노숙자들의 명의로 헐값의 선박을 구입하고 여러 명의 노숙자들에게 명의를 넘기며 가격을 부풀렸다. 그 결과, 실제 선박 가격의 2배 이상으로 부풀릴 수 있었으며, 이를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어선 구입자금 대출로 20억여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A씨 등은 노숙자의 명의로 아파트를 구입하고 부동산 담보대출과 전세자금 대출을 통해 16억원을 가로채기도 했으며, 현직 보험설계사와 공모해 노숙자 명의로 종신보험 판매수당으로 1천700만원을 챙기기도 했다.

수성경찰서 김기정 수사과장은 “이들은 스마트폰을 쉽게 개통하기 위해 통신판매점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며 “지명 수배된 17명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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