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애 리

내 별호가 혹은 호명되는 이름이

이렇게 길거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앞으로 내 이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내가 태어난 근황과 이름을 작명해서

아버지와 가까이 지내는

두타산 정상에 사는 얼레지에게만

슬쩍 귀띔했을 뿐

아버지가 두타산 무릉계곡 근처

선녀탕을 지나 용추폭포라는 작명가 집에서

한나절 고민해 지어온 내 이름

두타산청옥산이기령무릉계곡소비천골

신흥리입술고둥아재비달팽이, 라고

이름은 사람이나 사물이 다른 존재들과 구별하기 위해 지어진 기호다. 그런데 시인의 아버지가 지어붙어준 이름이 예사스럽지 않게 길고 특별하다. 고향이 지명들과 사물들의 이름이 조합되어 길고도 정겨운 이름이다. 아버지는 딸아이에게 왜 이렇게 긴 이름을 붙여주었을까. 수려한 산과 계곡, 귀엽고 착한 곤충이나 벌레처럼 선하고 착하게, 곱게 이 세상을 살아가라고 붙였으리라 하는 생각이 든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