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교육의 중심은 가르침과 배움의 만남에 있다. 그 만남 속에서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

우치다 타츠루는 ‘교사를 춤추게 하라’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은 학생들을 즐겁게 배움의 장으로 안내하는게 아니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8 자살예방백서’에 의하면 청소년의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한 달 평균 9명의 학생들이 자살했고 그 가운데 70.5%가 고등학생이다. CNN은 “한국의 가혹한 입시제도가 만든 높은 부담감이 청소년들의 높은 자살률로 이어졌다”고 평했다. 학생들이 감당해야 하는 학습 부담과 입시 스트레스가 비극적인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교육열이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를 만들고 있다.

고등학교 들어간 3년 내내 학생들의 시계는 온통 입시에 맞춰져 있다. 무거운 책가방을 어깨에 메고 이른 아침 집을 나서 밤 늦은 시간까지 학교와 학원의 좁은 책상을 떠날 수 없다. 주말조차 휴식이 없다. 잠을 줄여 공부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해 수행평가, 동아리, 봉사 및 체험활동, 독서기록을 채워야 한다. 서점가에 나온 책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사교육의 대명사인 강남 대치동의 학원들을 분석한 책, 입학사정관제를 겨냥해 초중고 12년 로드맵을 짜야 한다는 엄마들의 입시전략을 다룬 책들이 그것이다. 학생들만 입시경쟁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다. 밤늦은 시간 학원 앞에서 아이들을 차로 실어 나르는 학부모들도 고생이다. 학생들이 장시간 ‘공부’하고 있지만 이는 공부가 아니다. 이해하고 생각하기보다 무조건 외워야 하고 시험에 자주 나오는 문제 패턴을 익혀야 된다. 국어와 영어시험에 나오는 긴 지문을 꼼꼼히 읽다가는 시험 문제를 다 풀 수 없다고 학생들은 말한다. 수험생들에게 반복되는 얘기 중의 하나가 시간관리가 당락을 좌우한다는 말이다. 실전에서 시간에 쫒기지 않으려면 미리 시간을 줄여 연습하고 고정적으로 출제되는 문제 유형을 집중 공략하고 한 문제라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수능시험의 경우 1교시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4~5시까지 학생들은 그렇게 초긴장 상태에서 시험문제를 풀어낸다. 학생들의 사고 능력이나 문제해결능력을 기르는 것과 거리가 먼 교육의 퇴행이자 자살이다. 생각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공부, 시험에만 시간표가 맞추어진 교육이 바뀌지 않고 있다. 창의력이 중요한 시대에 여전히 입시교육에 머무르고 있다.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과정의 즐거움, 배우는 기쁨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학교생활을 정상적으로 하도록 기획된 수시전형조차 원래의 취지가 실종되었다. 학생이 했던 활동을 그대로 기록한 것이 아니라 사교육 시장에서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아 번듯하게 다듬어지고 부풀려진 생확기록부로 승부한다. 입시 전형이 너무 복잡해서 학생 혼자서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합격하는 일은 이제 불가능하다. 스펙을 만들고 스토리를 포장하는 것이 대입 수시전형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무엇보다 수시 합격 발표 이후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교실에 교육은 없다.

우치다 타츠루는 교육의 근본적인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영화 ‘스피드’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시속 80㎞로 질주하는 버스에서 폭탄을 제거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교육개혁은 그런 복잡하고 정교한 조작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질문이 없는 교실, 단순 암기와 시험공부식 교육 현장에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데 그 길이 막막하다. 내신 성적을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이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는 장에서 자연스레 가르침과 배움이 도모되고, 자기답게 바로 서는 공부가 이루어질 수 없을까? 지금처럼 높은 점수, 좋은 학교가 학생들의 인생을 결정한다면 입시지옥으로부터의 탈출은 불가능하다. 학생들을 춤추게 하는 교육, 미래 세대가 ‘지금’ 행복한 교육은 우리에게 먼 유토피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