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집은 ‘사는(Buy)’ 것 아니라 ‘사는(Live)’ 곳이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거주하기 위해 사는 집이 아니라, 재테크의 수단으로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자 사고 파는 물건이다. 오죽하면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나오고, 학생들의 장래 희망 1순위가 건물주라고 하겠는가. 부동산 투기세력의 초과소득, 건물 자산을 토대로 임대료만으로도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불로소득이 문제다. 최근 이슈가 된 ‘궁중족발 사건’도 임대료 폭등이 원인이었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도 작동하지 않는 시장 상황에서 집없는 세입자, 임차인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특히 서울의 높은 집값은 전월세를 살고 있는 사람들을 점점 더 변두리로 밀어내고 있다.

주택 문제는 청년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 열심히 저축을 해도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이 불가능한 꿈이 되고 있다. 평균소득을 버는 경우 한 푼도 쓰지 않고 13년간 모아야만 서울 평균 매매가 아파트 한 채를 겨우 살 수 있단다. 집은 고사하고 당장 매달 내야 하는 월세만으로도 허리가 휘청이는 청춘이다. N포세대로 불리는 그들이 포기해야 하는 많은 것들의 근저에 높은 집값이 있다. 연애, 결혼, 출산, 무엇보다 행복한 미래를 접게 하는 것이다. 턱없이 높은 주거비를 감당하기 위해 ‘노오력’을 해도 더 저렴한 월세를 찾아 잦은 이사를 해야만 한다. 비싼 방값을 줄이려고 결국 좁은 고시텔을 찾거나 옥탑방, 반지하의 어두운 골방을 감수해야 한다.

20대의 주거 빈곤층 비율이 가장 높다. 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이 30% 이상일 경우 주거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국토연구원이 실시한 ‘2017년 주거실태조사’에 의하면, 20대가 47.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30~40대의 주거 빈곤층이 15%인 정도와 비교하면, 특히 20대 초반 대학생의 주거문제가 심각하다. 국토연구원의 ‘국토정책 브리프’ 자료에 의하면 청년 4명 중 한 명은 번 돈의 절반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언’, ‘대학생 주거권 네트워크’ 등 사회운동이 시작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객지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경우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높은 등록금 외에 방값을 포함한 생활비 지출이 만만치 않다. 대학생들이 학교 앞 원룸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촛불 시위와 거리행진에 나서고 있다. 해당 지역의 평균 월세와 비교해 본 결과 대학가 주변의 월세가 훨씬 더 비싸기 때문이다. 대학생의 40% 이상이 객지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전국 4년제 대학기숙사 수용률은 21%에 불과하다. 대학생 주거 안정을 도모한다고 LH 대학생 전세 임대주택도 늘리고, 교육부가 2017년부터 행복기숙사를 확충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여자 대학생들은 학교 앞 방을 찾을 때 주거환경과 치안 여부까지 고민해야 한다. 이화여대 반경 500m의 집값이 서대문구 평균보다 69.4% 비싸다고 한다.

“대체 왜 이렇게 집값이 비싼 걸까요?” 독립된 경제 주체로 살고 싶은데 너무 높은 집값은 처음부터 청년들의 발목을 잡는다.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직업을 가지면 지금보다 나은 생활이 가능하리라는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 주거비 부담이 비혼, 저출산, 소득불평등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들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과 ‘돈’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는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독립된 공간과 경제적인 자립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2018년 한국 사회에서 이 말은 여성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내 집이 없고 자기만의 방이 없는 청년은 미래의 꿈도 접을 수밖에 없다. 20대들이 온전한 방에서 살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