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룡서예가
▲ 강희룡 서예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인 이익(1543~1620) 선생의 ‘성호집’에는 ‘애꾸눈 닭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한쪽 눈이 안 보이고 다른 눈도 온전치 못한 닭이 정상적인 닭들보다 병아리를 더 잘 키우는 것을 보고 지은 글이다. 정상적인 닭들은 새끼를 데리고 다니면서 흙을 파헤쳐 벌레를 잡느라 부리와 발톱이 닳아지고 사방으로 나다니느라 편안하게 쉴 새가 없다. 또한 위로는 솔개를 옆으로는 고양이를 감시하면서 부리로 쪼아대고 날개를 퍼덕이면서 죽을 힘을 다해 싸운다. 그렇게 해도 환란이 한번 휩쓸고 지나간 뒤에 보면 병아리들이 열에 예닐곱은 죽어있다. 또 멀리 나가 돌아다닐 경우에는 사람이 보호해 줄 수가 없어서 사나운 맹수들의 밥이 되곤 한다.

그러나 애꾸눈 닭은 모든 것을 반대로 하였다. 나다닐 때에는 멀리 갈 수가 없으므로 항상 사람 가까이에서 의지했고, 눈이 제대로 살필 수가 없으므로 항상 두려움을 품고 있다. 이에 그저 느릿하게 움직이면서 병아리들을 자주 감싸주기만 할 뿐 특별히 애를 쓰지 않았다. 그런데도 병아리들은 스스로 모이를 쪼아 먹으면서 잘 자랐다. 별 지혜가 없는데도 기르는 방법을 제대로 해서 병아리들을 온전하게 길러냈다.

이 상황에서 이익이 깨달은 것은 무릇 어린 새끼를 기를 때에는 작은 생선 삶듯이 조심해야 하며 절대로 들쑤셔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노자가 치국의 방법에 대해 ‘큰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마치 작은 생선을 삶듯이 해야 한다’라고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노자의 이 말은 자녀교육의 방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자녀가 나름대로 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해 주어야지 일일이 간섭하면서 직접 밥을 떠먹여 주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자녀교육법에서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의 교육을 위하여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이야기와 한호(한석봉)의 어머니가 한 밤중에 불을 꺼놓고 떡을 썬 이야기를 한다. 이들의 교육법은 자식이 잘 배울 수 있는 환경조성과 학습동기만을 유발시켜 스스로 공부하게 하여 큰 인물을 만들었다. 말을 자연스레 물가로 끌고 갔지 억지로 물을 먹이지는 않았으며, 물고기 잡는 방법만 알려줬지 직접 잡아서 주지는 않았다.

오늘날 우리 학부모들이 자녀교육에 쏟는 열정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도 뛰어난 인재가 드물다. 그 이유는 억지로 물을 먹이고 물고기를 직접 잡아서 먹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법은 창의력은 없고 시험만 잘 치러 목표한 대학에만 가면 끝인 기계적인 학생만 있게 된다.

서울 강남의 한 여고에서 현직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이 각각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해 논란이 불거져 수사에 의뢰된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의 내용은 작년 1학기 성적이 각각 전교 59등과 121등이던 자매가 2학기 들어 2등과 5등을 하더니 올해 문·이과에서 모두 1등을 하면서 의혹을 불러왔다.

감사 결과 논란과 관련된 해당 교무부장이 이 쌍둥이의 아빠로 지난해부터 올해 1학기까지 딸들이 치를 내신시험 문제지와 정답지를 혼자서 수차례 검토한 사실과 자매가 지난 1년간 8개 과목 9문제에 걸쳐 오류 정정 전 정답을 적은 정황으로 볼 때, 쌍둥이 딸 뒤엔 시험지를 혼자서 주물럭거린 교무부장 아빠가 있었다.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 이해하지만 일그러진 이런 욕심은 입시의 공정한 경쟁을 파괴하고 교단을 황폐화시킨다.

오늘날 미국이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뒤에서 미국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은 유대인이다. 소수민족이지만 세계에서 유독 위인이 많은 유대인들의 자식교육법을 우리는 큰 의미를 두고 살펴보아야 한다. 이 황당한 사건을 보면 쌍둥이 딸들은 일등일지 몰라도 아빠는 꼴찌 아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