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미국 CNN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비극”이라고 했다. 분단과 전쟁으로 인해 헤어진 어린 딸과 뱃속의 아들이 65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늙으신 어머니, 아버지를 만났다. “죽은 줄 알았는데 만났다”, “만나보고 싶었는데 다 돌아가셨다.” 이산가족들은 그동안의 그리움과 사연을 쏟아냈다. 이번 만남은 4·27판문점선언에 포함된 이산가족 상봉 합의에 따라 이루어졌다. 8월 20일에 금강산에서 이루어진 상봉에서 1차는 남측신청자 89명이 북한의 가족 197명을, 2차는 북측신청자 81명이 남한의 가족 324명과 눈물의 상봉을 했다. 최고령 101세 할아버지, 최연소 상봉자인 7세 아이 등 4세대가 금강산 방문길에 함께 했다. 이들의 만남은 ‘작별상봉’ 이라는 말처럼 2박3일 동안 6차례, 총 12시간으로 끝났다. 이산가족은 분단 역사의 상처다. 전체 이산가족 13만여 명 가운데 생존자인 5만6천명이 아직 상봉을 못한 채 기다리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적 차원에서 지속되어야 함에도 분단 40년만에 이루어진 1985년 첫상봉 이래 국내외 정치상황과 별개로 진행된 적이 없다. 북한의 소극적인 태도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들은 로또보다 더 어려운 당첨순서를 기다려야 했고, 제한된 상봉인원과 일시적 이벤트인 상봉행사만으로는 이산가족들의 고통을 줄일 수 없었다. 서로의 생사도 모르고 서신교환조차 불가능한 상황에서 남북이산가족들은 유엔 세계인권선언이 천명한 가족권이 무시된 채 살아왔다.

남북문제도 사람이 먼저다. 이산가족 문제만큼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이 없다. 무엇보다 이산가족의 고령화가 시급한 첫 번째 이유다. 80세 이상 이산가족이 전체 63.2%를 차지하고 있다. 8월 이산가족상봉에서도 남북한이 각각 100명씩 신청했으나, 고령으로 인해 건강이 좋지 않아 상봉을 포기한 경우가 생겼다. 너무 늦기 전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실향민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산가족의 한 사람으로 그 슬픔과 안타까움을 깊이 공감한다”며 이산가족 문제를 남북이 함께 해야 할 ‘최우선적인 인도적 과제’라고 하였다. 금강산에서 잠깐 보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산가족 상봉인원 확대와 정례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산가족의 기다림이 더는 길어져서는 안 된다. 이산가족의 절실함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제도로, 법으로, 예산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통일부는 내년도 이산가족교류 관련 예산을 대면상봉 6회, 고향방문 3회를 가정하여 올해 120억원에서 336억원으로 증액하였다. 다시 남북한 관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국회도 ‘판문점선언’을 비준해야 한다. 광복절 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한 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자유롭게 오가는 것”이 진정한 광복의 의미라고 하였다. ‘평화’라는 단어를 21차례나 언급했다. 상호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평화를 구축하는 과정은 더디고 지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평화만큼 중요한 가치가 없다. ‘선을 넘어 생각한다’에서 박한식 교수는 “평화접근법은 승자와 패자로 나누지 않는다. 지배를 통해 평화를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청와대는 폼페이오 미국무장관의 방북이 취소되고 북미대화가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북특사 카드를 꺼냈다. 미중관계도 순조롭지 않은 상황에서 비핵화가 먼저라는 미국과 종전선언 주장을 되풀이하는 북한 사이에서 솔로몬의 지혜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정부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지금까지 걷지 않았던 새로운 길이어서 어느 하나 어렵지 않은 과제가 없다.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생각하더라도 과거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거나 마냥 지체될 수 없다. 앞으로 가는 길에 우리 사회의 통합된 목소리가 힘이 되어야 할 것이다. 5일 평양에 가는 대북특사단이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