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대급 태풍으로는 4개의 태풍을 손꼽는다. 1959년의 사라호 태풍과 셀마(1987년), 루사(2002년), 매미(2003년) 등이다. 태풍은 북태평양 서부에서 발생한 열대 저기압 중에서 중심부근의 최대 풍속이 초속 17m 이상으로 강한 폭풍우를 동반한 현상을 말한다. 발생지역에 따라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 윌리윌리 등으로 불린다.

역대급 태풍이란 태풍이 지나가면서 남긴 피해 규모 등을 따져보고 그 위력을 평가한 결과다.

추석 날 새벽 남해안에 도착한 사라호는 통영, 영천, 대구 등 경상도 지역에 집중적 피해를 낸 태풍이다. 6·25 전쟁 후 열악한 경제상황에 놓였던 우리에겐 태풍 사라호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849명의 인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수해로 인한 이재민만 37만여 명에 이르렀다. 강물이 역류해 남부지방 전역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가옥, 농경지 침수는 물론 교량붕괴, 도로유실, 선박파괴 등 엄청난 피해로 즐거워야 할 추석날이 되레 초상집처럼 됐다.

태풍 셀마 때도 사망 실종자가 340명에 달했다. 역대급 태풍은 대개 일반의 상상을 초월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동반한다.

2013년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 하이옌은 미국 태풍관측소 관측 이래 가장 빠른 풍속을 지닌 태풍으로 기록됐다. 이 태풍으로 필리핀은 7천여 명의 사망 및 실종자가 발생하고, 28억 달러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해마다 수십 개의 태풍이 발생하지만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태풍 사라호와 같은 슈퍼급 태풍이 최근 10년 사이에는 없었다. 그러나 올 들어서부터 태풍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슈퍼 태풍의 습격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루 이틀사이 1천㎜의 물 폭탄을 쏟아낼 수 있는 위력을 가졌을 뿐 아니라 이동 속도도 느려진다고 한다. 이동 속도가 두 배 정도 느려지면 그만큼 내륙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피해도 커진다.

기상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가 만들어 낸 기상이변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전례없이 길었던 올 여름 폭염도 지구온난화의 후유증이다. 폭염과 슈퍼급 태풍, 올 겨울 최악의 혹한까지 기다린다. 기후 재앙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