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br>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요즘 대입 정책을 보면 마치 서커스를 보는 것같다. 관객은 국민이고, 서커스 단원은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 종목은 공 주고받기! 교육부가 대입이라는 공을 국가교육회의에 던지면 국가교육회의는 또 그 안에서 서로 주고받기 놀이를 하다가 시간이 되면 다시 교육부에 공을 던져주는 공연! 공을 책임이라는 말로 바꿔서 지금의 작태를 보면 책임 전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 공연을 보는 국민들의 모습이 결코 즐겁지 않다. 즐겁기는커녕 곧 분노가 폭발할 것 같은 모습이다. 웃기는 것은 여론에 도취되어 정세 파악 능력을 상실한 정부가 예전 여론조사 수치만 믿고 또 국민의 뜻이라고 밀어붙이려 한다는 것이다.

한동안 그것이 통하던 때도 있었다. 불과 1년밖에 안 지났지만 너무 과거의 이야기인 것같아 놀라울 뿐이다. 정부와 언론은 정부에서 하는 일 중 뭔가 조금이라도 국민의 낌새가 이상하면 여론조사 결과부터 발표했다. 정말 그 때는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고공행진할 때였다. 그래서 정부와 여당은 무조건 국민의 뜻이라고 말하고 밀어붙였다. 친정부 언론은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주 단위로 여론 조사를 발표했다. 그러면 정부 정책들에 대한 비판적 대안들은 바로 묻혀버렸다. 혹 그래도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친정부 댓글 세력들이 인신 해체 수준의 공격을 퍼부으며 그 사람을 매장시켜버렸다.

그런 정부 정책 중 하나가 고입 제도 변경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특목고 폐지 등에 대해서 비판적 대안을 제시했지만 정부는 여론조사를 내세워 밀어붙였다. 웃기는 것은 그렇게 했으면 원안대로 정책을 시행하면 되는데 꼭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그것이 어떻게 수정되었는지조차 모른 채 밀어붙이기 정책들은 기이한 형태로 변하여 시행을 기다리고 있다.

자사고 폐지 등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꺼내든 여러 교육 정책들을 보는 순간 필자는 0교시 부활의 조짐을 읽을 수 있었다. 말이야 평등 교육이지, 지금처럼 줄 세우기를 통한 선발 방식이 공고히 자리잡은 이 나라 입시 판에서 평등 교육이란 실현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딱 한 부류만 모르는 것 같다. 그것은 대통령 말에 귀가 먼 정치색 짙은 교육정책 입안자들이다.

현 정부는 학생들을 병들게 하고, 교육환경을 황폐화시킨다는 이유로 특수목적고(외국어고, 국제고)와 자사고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그들의 논리는 이들 학교들이 고교 서열화와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들 학교를 폐지한다면 교육 평등을 앞당겨 많은 학생들에게 더 많은 진학의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교육 당국은 이들 학교가 갖고 있던 특권(이는 분명 현 교육 당국만의 생각이다)을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손을 보았다.

입시제도가 바뀐 지금 과연 모든 학생이 현 정부의 이상(理想)대로 자신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지원할 수 있게 되었을까? 물론 답은 ‘절대 아니다’이다. 사회는 학령기 인구 절벽 현상과 이로 인한 교육 붕괴의 심각성에 대해 계속 말하고 있지만, 정작 교육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이 이야기가 그저 언론에서 떠드는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는것 같다. 과연 이들은 인구 절벽 현상의 근본 원인이 이 나라 교육이라는 것을 알기나 할까. 그런데 이 당연한 사실을 시간이 되면 철새처럼 이 부서 저 부서를 떠도는 교육 공무원들은 절대 모르니 안타까울 뿐이다.

현 정부의 교육 기조(基調)로 볼 때 국가교육회의의 권고가 나온 2022년 대입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현 정부가 존재하는 한 언젠가는 정시와 수시의 선발 비율이 역전될 날이 꼭 올 것이다. 이는 곧 수능 준비와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이상한 논리에 입각한 0교시 부활의 징조임이 틀림없다. 과연 이것이 이 정부가 원하는 교육 방향인가.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께 묻는다. 교왕과직(矯枉過直)을 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