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대입문제에 있어 국민 모두가 만족하실 수 있는 정답은 없습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발언처럼, 대학입시 제도를 둘러싼 논의들이 분분하다. 국가교육회의에 대입안을 정해달라고 1년 유예하며 공론화 과정까지 거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에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종안이 기존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도 하거니와, 수능 조합이 복잡해져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도 달라진다. 특히 정시모집 비율을 30% 이상 권고하겠다는 교육부 발표에 대해 “미래가 없는 망국적 대입제도”라는 목소리마저 들린다. 전략적으로 대입제도를 바라보면 딜레마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

문제는 대입제도가 아니다. 학교 교육만 충실히 받으면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는 것은 이상론이다. 사교육비를 경감시키려 EBS와 수능을 연계한 것이 학교에서는 EBS 문제풀이식 수업을 하고, 학원에서는 EBS 핵심을 재정리해 주며 왜곡되고 있다. 수능점수로 줄을 세우는 폐해를 극복하려고 마련된 수시조차 학부모의 정보와 경제력이 결정적이다. 수시를 대비해 ‘스펙 쌓기’에 매달리고 다양한 전형의 정보를 놓칠세라 입시설명회를 찾아다닌다. 고액 과외를 받고 입시 컨설팅 비용을 지불하며 대입 포트폴리오 전략을 짜야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기 유리하단다. 돈으로 학생들의 미래가 갈린다. 초중고 모든 교육과정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성공한 것으로 귀결되는 사회 분위기로는 어떤 입시제도도 현답이 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어떤 대학을 가는가가 평생을 좌우할만큼 학력 자본사회다. 그러기에 그 관문인 대학입시에 너무 많은 사회적 비용이 소모되고 있다. 학교 시험문제가 유출되었다는 의혹과 성적조작이 의심되는 부정이 개입되고, 비교과와 봉사활동이 기록되는 학생부에 비리와 편법이 판친다는 공공연한 비밀이, 수시전형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한편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적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교실에서는 정답만을 외우게 하고 문제풀이 기술을 익히는 수능대비 시험공부 방식이 지배적이다.

지난 여름 학생들에게는 방학이 없었다. 무더위로 몸살을 앓던 여름보다 학원의 열기는 더 뜨거웠다. 보충학습과 방학숙제를 없앴는데, 학생들은 하루 종일 공부만 하며 버텨야 했다. 학원가에는 ‘방학동안 한 학기 공부를 통째로 준비하는’ 고액의 특강이 성행했다고 한다. 학생들은 “내 성적을 올려준 사람은 학교가 아니라 학원선생님이었다”고 고백한다. 내신을 잘 받아야만,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밀어주는 ‘학종 관리도 유리하다’고 말한다. 학부모들은 ‘내 아이가 뒤쳐져서는 안 된다’며 2학기를 대비하는 특강과 선행학습을 받게 한다. 학원과 과외로 사교육 시간이 계속 증가하며 학생들이 감당하는 고통이 너무 크다. 공교육 정상화를 말하고 인성교육을 강조하지만,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공허한 담론이다.

정권에 따른 입시 혼란은 없어야 한다. 올바른 방향으로 기획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교육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이 내신 성적을 위해 학교를 옮기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대학입시에만 매몰되어 있는 교육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에서 대학진학률이 높은 고학력 국가인 일본을 ‘세계최저의 대학국가’라고 비판하였다. 서울대에서 A+를 받은 답안지가 교수가 말했던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었다는 연구를 보더라도,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인재를 키울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동시에 학생들을 행복하게 하는 교육이 무엇인지 다시 질문해야 한다. 결국 교육철학과 비전이 먼저다. 대학입시제도는 그것의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