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 때부터 자연재난에 폭염을 포함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번번이 좌절됐다. 20대 국회에 와서도 윤재옥 의원(자유한국당) 등 6명의 여야 의원이 폭염을 재난범위에 포함시키자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우리 국회가 법안을 미루고 제때 심의하지 못해 뒷북을 친 게 한두 번은 아니지만 폭염과 관련한 법안의 처리를 두고 또한번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지난 5월 20일 이후 지난달 30일 현재까지 2천266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도 28명에 달했다. 온열질환자는 작년 한해 발생한 환자(1천574명)보다 더 많은 환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는 2011년 집계 시작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가축과 어류의 폐사, 농작물 피해 등 최악의 폭염으로 농어민들의 시름도 날로 깊어지고 있다.

경북도는 폭염특보가 21일째 이어지고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폭염 TF 상황관리반’을 ‘긴급폭염대책본부’로 격상시켜 운영하기로 했다.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폭염특보가 해제될 때까지 빈틈없이 운영하겠다고 하나 얼마나 실효적인 지원이 가능 할지는 미지수다.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폭염피해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나 법적 근거가 없어 실질적인 지원보다는 대부분 예방차원의 활동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주로 쉼터 운영, 그늘막 설치, 폭염구급대 운영, 축사 물뿌리기 등이 고작이다. 폭염으로 발생한 가축의 폐사 등 실질적 피해 보상은 법적 근거가 없어 지원이 어려운 실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폭염도 재난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강조한 후 처음으로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기료에 대한 제한적 특별 배려 검토를 지시했다. 늦은 감은 있으나 한시적 전기료 인하는 절대 필요하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많은 가정이 하루 종일 에어컨으로 더위를 달래고 있으나 전기료 부담으로 모두가 걱정이 태산이다.

전기료가 감면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을 삼을 수 있다. 특히 주거 빈곤층이나 취약계층에게 전기료 인하와 같은 실질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면 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는 여름이 길어지고 폭염일도 늘어난다는 기상학계의 전망이다. 한반도 여름은 5월부터 9월까지라는 예측도 나와있다. 일시적 기후 변화가 아닌 상시적 폭염 현상이 한반도를 덮을 것이라면 한시바삐 폭염을 재난으로 간주하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

법과 제도적 기반 위에 폭염에 대한 예방부터 피해관리, 복구, 보상까지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대응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살인적 폭염 더위가 끝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