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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고통보다 더 무서운 ‘전기세 폭탄’

황영우기자
등록일 2018-07-30 21:02 게재일 2018-07-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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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진세 부담에 일반 가정집선 에어컨 가동할 엄두 못내  <br />“정부가 전기세 감면 등 현실적 대책 세워달라” 한목소리

포항에 사는 근로자 황모(60)씨는 요즘들어 계속되는 열대야에 잠을 설치는 등 밤이 두렵기만 하다. 주택인 황씨의 집에는 거실과 방 2개에 에어컨이 달려 있지만 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작년 이맘쯤에 무더위에 견디다 못해 에어컨을 마음껏 틀었더니 전기요금이 20만원이 넘게 나온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황씨는 절충안으로 작은 방에 설치된 에어컨 한 대만 켠 채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황씨는 29일 “에어컨이 3대나 있지만 누진세로 인한 전기요금 폭탄이 걱정돼 함부로 틀지 못하고 있다”며 “좁은 아들 방의 에어컨 한 대만 간간히 틀면서 폭염과 열대야를 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황씨뿐만이 아니라 포항시 곳곳의 가정집 대부분이 누진세로 인한 전기요금 부담으로 섣불리 에어컨을 마음대로 켜지 못하고 있다.

하루 몇시간만 틀어도 요금이 월 10만~20만원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이다.

29일 한전 포항지사에 따르면 현재 가정용 전기요금은 3단계로 구성돼 있다. 지난 2016년 여름, 폭염으로 인한 전기요금 폭탄 논란이 증폭되며 누진제가 기존 6단계에서 현행 3단계로 조정돼 평균 11% 정도 절감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전기요금은 일반 서민들에게 부담이 된다.

우리나라 4인 가구 평균 전력 사용량은 월 350kWh 정도다. 요금으로 따지면 4만8천445원 정도다. 그러나 최근 폭염이 장기간 기승을 부리면서 에어컨 등 냉방기 사용이 늘자 월 사용량은 큰 폭으로 증가한다.

예를 들어 350kWh에서 50kWh만 더 사용하더라도 요금은 6만3천540원으로 뛰어오른다. 누진제의 영향이다. 월 사용량이 100kWh가 더해져 450kWh가 되면 전기 요금은 7만7천750원까지 치솟는다.

소비전력 650W짜리 에너지소비효율 5등급의 20㎡ 벽걸이형 에어컨을 하루 평균 5시간 틀 때 월평균 전력사용량이 약 100kWh가 나오는데 대부분 가정에서 폭염 속에서 에어컨을 이 정도 가동할 것으로 보여 다음달인 8월 요금 폭탄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전기소비 절약을 유도하고 저소득층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전기요금 누진제가 우리나라에서 적용 중이다. 주택용 전기세의 경우 0~220kWh까지는 93.3원, 201~400kWh는 187.9원, 400kWh부터는 280.6원 부과된다.

기본요금 역시 200kWh 이하 사용했을 때 910원, 201~400kWh 1600원, 400kWh 초과 사용 7천300원이 추가된다. 특히 지난 23일 최대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인 9천만kW를 넘어서면서 2년 만에 또다시 전기요금 폭탄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산업통산자원부도 같은날 “재난 수준의 폭염이 누적되고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막바지 조업이 집중됨에 따라 최대 전력수요는 지난 금요일 8천808만kW 대비 약 260만kW가 급증한 9천70만kW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국적으로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대구와 포항은 17일째 열대야까지 이어지며 잠못드는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어 정부의 현실적 폭염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폭염 피해 예방책으로 60억 원의 특별교부세를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고 일선 지자체마다 내놓는 폭염대책은 횡단보도나 버스정류장 인근에 그늘막을 설치, 도로 살수나 물안개 분사기 등 폭염 저감시설 설치, 무더위쉼터 확대, 취약계층 보호 등 천편일률적이다. 무더위를 식히고 열대야를 이겨내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시민 김모(54·포항시 죽도동)씨는 “정부나 지자체의 폭염대책은 연일 계속되고 있는 살인적인 폭염을 피하는데는 효과가 별로 없다”며 “오히려 폭염기간동안 전기 누진세를 감면해주는 것이 폭염 피해 예방에 더 효과적인 방안인 것같다”고 지적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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