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전성기 맞는 포스코

▲ 글로벌 기업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가 지난 2012년 이후 6년만에 분기단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1분기 동안 연결기준 매출 15조 8천623억원, 영업이익 1조 4천877억원, 순이익 1조 835억원을 기록했다. 별도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8% 증가한 7조 7천609억원을 달성했으며, 영업이익은 27.7% 상승한 1조 159억원을 기록했다. 별도기준 최대 실적은 지난 2012년 2분기 1조572억원 돌파한 이후 6년만에 재진입했다. 포스코의 영업이익 1조원 달성 배경은 해외 법인들의 눈부신 실적개선과 WP(월드프리미엄)제품 판매가 주도했기 때문이다. WP제품은 이제 세계 최고의 철강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외 법인 실적개선·WP 제품 판매 주도, 분기단위 영업이익 1조 돌파
기가스틸, 차세대 철강재로 급부상·전기차 소재 리튬도 국산화 성공

◇올해도 4조원대 이상 영업이익 무난

포스코는 지난해 4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다. 6년만에 최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글로벌 철강사 가운데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이다. WP 제품으로 승부한 전략이 세계 시장에서 통했고 해외법인과 비(非)철강 자회사의 실적도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조원대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는 중국발 철강 공급 과잉으로 2012~2016년 5년간 연간 영업이익이 2조~3조원대에 그쳤다. 별도기준(개별) 영업이익률도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10%대 이상을 달성하며 글로벌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철강회사 아르셀로미탈은 2017년 1~3분기 영업이익률이 7~9% 수준이었다. 중국 최대 철강사 바오강은 6~7%, 일본 최대 철강사 신일철주금(NSSMC)은 2~4%에 그쳤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초고강도강판(기가스틸), 고망간강 등 WP제품 판매 비중이 늘어난 것이 수익성 향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WP 판매량은 2014년 1천만t에서 지난해 1천700만t으로 급증했고 판매 비중도 52%로 절반을 넘었다. 기업별 맞춤 철강을 공급하는 솔루션마케팅 연계 판매량도 같은 기간 130만t에서 450만t으로 3.5배 증가했다. 그동안 부실 계열사와 해외법인이 정상화된 것도 실적 호조에 기여했다. 적자를 내던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 크라카타우포스코와 중국 장가항포항불수강, 베트남 포스비나 등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 WP제품 기가스틸로 만든 차체
▲ WP제품 기가스틸로 만든 차체

◇WP제품 중 단연 돋보인 ‘기가스틸’

포스코가 내세운 차세대 강판 기가스틸은 WP제품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인다. 기가스틸은 1㎟ 면적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고, 양쪽 끝에서 강판을 잡아당겨서 찢어지기까지의 인장강도가 1기가급인 980MPa 이상이다. 십원짜리 동전 크기만으로도 10t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 이는 약 1t 가량의 준중형차 1천500대를 가로 10cm, 세로 15cm의 손바닥만한 크기의 기가스틸에 올려 놓아도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철강소재는 일반적으로 강도를 높이면 단단하기 때문에 구부러지지 않아 여러가지 형태로 모양을 만드는 가공이 어렵다. 하지만 포스코는 강도와 가공성(연신율)을 동시에 높이는 역설적인 기가스틸인 TWIP강, PosM-XF강 개발도 성공했다.

전세계 철강사들이 TWIP강, PosM-XF강과 같은 ‘단단하면서 잘 구부러지는’ 기가스틸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아직까지 상용화에 성공한 철강사는 포스코뿐이다. 같은 면적과 두께 등의 동일한 조건에서는 철강재인 기가스틸이 알루미늄 소재보다 약 3배 정도 더 무겁지만, 강도가 훨씬 높은 기가스틸 두께를 3 분의 1 이하로 줄이면 알루미늄 소재와 동등하거나 훨씬 가벼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알루미늄 소재는 자동차 제조업체나 소비자 입장에서 제조원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가스틸은 높은 경제성을 가지고 있다. 기가스틸(DP980)과 알루미늄(AA5182)으로 차체를 생산 했을 때 소재비는 3.5배, 가공비용은 2.1배 가량 차이난다. 자동차의 무게를 30% 줄인다고 가정했을 때 대당 재료비만 2배 넘는 차이가 난다.

▲ WP제품 니켈강
▲ WP제품 니켈강

◇기가스틸로 만든 르노삼성자동차‘SM6’

르노삼성자동차의 ‘SM6’은 기가스틸이 가장 많이 사용돼 만든 차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만들어 지는 SM6. 차체 골격인 A필러(전면부 기둥), B필러와 중심 기둥, 사이드실, 바닥 부재, 범퍼 빔 등에 기가스틸이 쓰이고 있다. 정면 충돌시 1차 충격이 가해지는 엔진을 감싸는 골격(프론트 사이드 멤버)에도 기가스틸을 사용했다. SM6는 차체 18.5%에 기가파스칼(GPa)급 초고장력 강판을 적용했다. 이는 1천300메가파스칼(Mpa) 이상으로 국산차 중 포스코의 기가스틸이 가장 많이 사용됐다.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 출시 때 강조하는 초고장력 강판은 대부분이 780Mpa로서 기가스틸 인장강도에 못 미친다. 튼튼한 차체는 차량 간 충돌 시 탑승객을 보호하는 안전성이 높다. 기가스틸은 알루미늄보다 가벼우면서 강도는 3배 강하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백호선 차체팀장은 “국산차 중 포스코의 기가스틸을 가장 많이 사용된 차는 르노삼성 SM6”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가 정면 충돌시 1차 충격이 가해지는, 엔진을 감싸는 골격(프론트 사이드 멤버)에도 기가스틸이 사용됐다”면서 “경쟁차는 아직 이 전면부에 기가스틸을 적용하는 기술이나 생산능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충돌, 보행자, 주행, 사고예방 등 총 4개의 안전성에 대한 평가중 충돌안전성 부분에서 14개의 차량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인 65.1점(97%)을 기록, 1등급을 받았다. 그 외에도 차체 뒤틀림 강성이 높으면 주행 안정성이 높아 승차감도 좋아지고 운전이 불안하지 않다. 또 확보한 강성만큼 가볍게 차를 제작할 수 있어 연비성능도 동시에 높아진다.

▲ 스마트 제철소를 구현한 포항제철소
▲ 스마트 제철소를 구현한 포항제철소

◇전기차 핵심소재 리튬도 국산화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배터리전기차(BEV), 수소전기차(FCEV) 등 다양한 전기차가 등장했고, 시장 규모도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전기차를 만드는 핵심 소재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해왔다. 특히 2차 전지 주요 원료인 리튬은 전량 수입했다. 그러다보니 리튬 주요 생산국인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 상황에 따라 수급 영향을 크게 받았다. 중국, 미국 등 대형시장에서 전기차 수요가 높아지면서 가격도 크게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는 전기차 핵심 소재인 리튬의 국산화를 실현했다. 지난해 2월에는 탄산리튬 국내 생산을 최초로 성공했다. 평균 12∼18개월 소요되던 기존 ‘자연증발식’추출법과 달리 최단 8시간에서 길어도 1개월 내 리튬을 추출해낼 수 있게 됐다.

2차 전지 주요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도 국산화했다. 양극재는 리튬을 기본 원료로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을 섞어 제조한다. 통상 니켈 함량이 60% 이상인 경우 고용량 양극재로 분류한다. 현재까지 니켈 80% 이상 고용량 양극재(NCM 방식) 양산이 가능한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포스코ESM을 포함해 단 2곳뿐이다.

포스코ESM의 구미 양극재 공장은 전구체는 물론 소재인 코발트, 니켈, 망간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돼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포스코켐텍은 지난 2011년 천연 흑연계 음극재 사업에 진출해 국내 최초로 독자기술을 적용한 고용량 전기자동차 배터리용 음극재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지속적인 기술개발 및 투자로 현재 8천t 규모 생산능력을 갖췄고, 2020년까지 단계적 투자를 통해 총 3만t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 포스코센터 전경.
▲ 포스코센터 전경.

◇WP제품 60% 확대…확실한 미래 먹거리

포스코는 이제 WP 제품 판매 확대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파고를 넘는다. 포스코는 지난 2013년 905만t의 WP제품을 판매해 전체 판매 가운데 30.3%를 차지했고, 2016년 47.3%(1천597만t)에 이어 지난해 53.4%(1천733만t)으로 처음으로 매출량의 절반을 넘어섰다. 당초 목표치(52.0%)를 초과한 것이다. WP 제품 중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으로 수익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제품을 ‘WP+’로 선정해 고부가가치강 중심의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했다. 포스코는 주요 산업별로 WP와 WP+제품을 개발해 기술력을 선도하고 수익성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월드프리미엄 플러스(WP+) 제품 판매 비중도 지난해 25.7%(836만1천t)에 달했다.

포스코는 올해 WP 제품 판매량을 1천890만t까지 늘리고, 내년까지 전체 제품 가운데 WP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60~70%까지 끌어올려 수익성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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