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희선<br>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저도 교수님처럼 늘 배우려는 자세를 본받아 이번 주도 수업 열심히 듣겠습니다”

금요일마다 진행되고 있는 ‘숙명라이프아카데미’에서 만난 학생들이 ‘스승의 날’에 보내온 카톡문자다. 동원육영재단 후원으로 진행되는 ‘숙명라이프아카데미’는 지·덕·체가 조화로운 인재육성을 목표로 50여명의 학생을 1년동안 교육하는 특별 프로그램이다. 필자가 속한 대학의 경우 4명의 교수가 조별 멘토링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행합일(知行合一), 호연지기(浩然之氣), 화이부동(和而不同), 극기복례(克己復禮)로 조를 명명하여, 학생들에게 키워주고 싶은 가치를 자연스레 생각해 보도록 하였다.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를 발견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갖춘 성숙한 인재로 배움이 이어지도록 기획하였다.

의미 있는 관계를 통해 좋은 영향을 받을 때 우리는 성장한다. 스승의 날에 다시 떠오른 마이크 뉴웰 감독의 ‘모나리자 스마일’, 이 영화는 관습화된 시선에 길들여진 학생들에게 캐서린 왓슨 교수는 ‘진정 원하는 자신의 삶을 살라’고 말한다. 상류층의 근사한 남편을 만나는 것이 대학교육을 받는 목표였던 웨슬리여대의 학생들에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미술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자극한다. 부모가 원하는 삶,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만들어진 전시용 삶이 아닌, 학생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도록 이끄는 영화를 통해 대학교육에서 우선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영화 ‘모나리자 스마일’에서 교수학습이 이루어지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왓슨 교수가 처음 부임해 강단에 서서 강의를 할 때 정답을 바로바로 말하던 학생들이, 정작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말해보라는 데는 망설이고 주저한다. 왓슨 교수는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을 보여주며 명작을 그대로 따라 그리며 작품을 모사하는 미술 수업이 아니라, 서로 둘러앉아 각자가 느낀 점과 의견을 얘기하는 열린 수업을 진행한다. 모범답안처럼 기계적으로 답변하던 학생들에게 직접 자신이 느끼고 발견한 것을 글로 말로 표현하도록 하는 교육을 하며, 학생들 곁에서 그들의 얘기를 듣고 함께 나눈다. 이를 통해 학생 자신을 주체로 세우는 교수자의 역할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또한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의미를 보여준다. 학생들은 왓슨 교수가 대학을 떠날 때 “우리를 기억하시라구요”라고 말하며 고흐의 ‘해바라기’를 모티브로 각자 개성 있게 그린 다양한 작품들을 비춰준다. 왓슨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어느새 자신만의 관점을 갖고 성찰하는 개인으로 성장하였던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던지는 메시지는 크다.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떠나는 왓슨 교수의 뒤를 따라가며 배웅하는 모습은, 자전거 페달을 밟듯이 학생들은 이제 자기 동력을 갖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찾아간다는 점을 암시한다.

“교원이 스승의 날에 학생으로부터 카네이션 꽃을 받을 수 있나요?” ‘스승의 날’ 즈음해서 학교 홈페이지에 감사실 명의의 공지가 올라왔다. 2016년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스승의 날’ 학생들이 주는 꽃이 법적으로 저촉이 되는지 여부에 관한 질문과 답변을 담은 안내였다. ‘스승의 날’이 의례화되어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는 날이어서는 안 된다.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 보이지 않는 카네이션 꽃이어도 충분하다. 삶에서 깨달음을 주는 사람은 사실 모두 스승이다. 스스로 새롭게 보고 배우고 익혀가도록 옆에서 거드는 일이 교육이다. 돈과 권력, 욕망으로 환원되는 세속적 가치를 너머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질문하고 탐구하는 과정에 진정한 사제지간이 있다. 사랑을 담은 문자와 재치있는 이모티콘으로 ‘스승의 날’ 특별한 하루를 선물해준 학생들이, 그래서 내게는 또 다른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