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월 6천원을 올려달라.”

샤넬이라는 명품 브랜드 이미지에 가려진 판매직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이 팍팍하다. 샤넬 노조가 결성된 지 10년 만에 첫 파업투쟁에 나섰다. 노조 측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원가상승’을 이유로 상품 가격을 평균 2.4% 올렸는데도 회사는 0.3% 임금인상안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려하게 보이는 매장 직원의 70%는 최저임금 기준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으며 불합리한 갑을관계를 경험하고 있다. ‘아가씨’로 불리는 여성노동자들은 혹실드(Hochschild)가 언급한 상대방의 지위와 행복을 강화하는 친절서비스까지 제공해야 하는 감정노동을 요구받는다. 또한 여직원 복장규정에 따라 용모를 아름답게 꾸밀 것을 강요받는 미적노동까지 감내해야 한다.

2014년 개봉되었던 부지영 감독의 ‘카트’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보여주었다. 영화는 ‘더마트’에서 계산원으로 혹은 청소원으로 일하던 여성노동자들이 갑작스레 해고 위기에 처하면서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여 투쟁한 실제 사례를 담고 있다. 그들은 주장한다. “계약직이 암만 파리 목숨이라도 이건 아니다.” 마트 노동자들을 ‘여사님’으로 부르던 회사는 이들이 일방적인 해고 통지에 항의하자 ‘이 아줌마들’이라고 칭하며 무시한다. 회사에 가장 충실했던 모범계산원 선희는 외친다. “저 생활비 벌러 나와요, 반찬값 아니고.”

이처럼 ‘최저임금’의 여성화, ‘비정규직’의 여성화는 일자리의 젠더 불평등을 반영한다. 2017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여성취업자의 46.4%가 서비스직, 판매직, 단순노무직 등에 종사한다. 매장판매원, 청소원, 식당종업원으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상당수가 남성중심의 한국사회에서 ‘아가씨’ 혹은 ‘아줌마’로 소비되고 착취된다. 성별분리된 고용시장은 여성 일자리를 특정 직종과 직무로 고착화하여 여성노동은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쉬운 것으로 저평가한다.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되어 성별과 관계없이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하라고 했지만, 실제 여성노동의 대부분은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놓여 있다.

그러하다 보니 남녀 노동환경은 실질적 평등과 거리가 멀다. OECD의 ‘한국 노동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고용률은 56.2%다. 절반이 넘는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만 고용의 질은 좋지 않다. 성별 임금격차만 보더라도 OECD 평균인 15%와 비교해 볼 때 36.7%로 두 배가 넘게 차이가 난다. 남성이 100만원을 번다고 할 때 여성은 64만원을 받는 셈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임금 구조는 성차별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마트의 경우 여성의 평균 급여는 남성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 이마트측은 남성들은 정규직 관리자가 대부분이고 여성들은 주로 계산원이기에 당연하다고 말한다. 이는 남성은 가장이고, 여성은 생계보조자라는 전제에 근거한 가부장적 문화에 기인한 것이다.

영화 ‘카트’의 사례였던 홈플러스가 대형마트 최초로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소식이 그나마 희망적이다. 올 7월부터 정규직이 되는 직원들 가운데 여성 노동자가 98.6%를 차지한다고 한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가 10년만에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여성들의 사회적 노동은 부차적인 것이 아니다. 여성들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동현장에 뛰어든다. ‘아가씨’와 ‘아줌마’라는 호명 뒤에 숨은 젠더 관념에 기반한 위태로운 일자리가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양질의 노동환경이 제공되어야 한다. 남녀고용평등법이 만들고 30년이나 지났으니 더 이상 여성 노동자가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사회는 아니어야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