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재휘논설위원
▲ 안재휘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경남도지사 후보)이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 여론조작 의혹 사건이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명 ‘드루킹’ 사건이라고 지칭되는 이 논란에 대해 여당은 단순한 ‘개인적 일탈’이라며 차단작전에 들어간 모양새다. 그러나 야당과 국민들의 의문은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다. 거의 매일이다 싶게 새로운 의혹들이 불거지고, 청와대는 물론 더불어민주당이 내심 곤혹스러워하는 형국이다.

당사자인 김경수 의원의 말이 수시로 바뀌는 것도 문제지만, 이 사태의 핵심은 경찰과 검찰의 태도가 상식적으로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욱이 최근의 이슈 중 하나인 ‘검경 수사권 독립’ 문제와 맞물리면서 논란은 날로 더욱 더 복잡해져가고 있다. 초동수사를 미적거리는 방식으로 연루자들에게 증거인멸의 시간을 충분히(?) 벌어준 듯한 경찰의 수사태도는 두고두고 민심을 흔들게 생겼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김경수 의원이 처음부터 적극 해명에 나섰으나 아귀가 안 맞는 앞뒤 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 의원은 새로운 증거와 언론보도가 터질 적마다 마지못해 하나씩 인정하면서 꼬리를 자르는 대응책을 쓰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인상은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시점을 놓고 한 달 가까이 왔다갔다 하는 백원우 민정비서관의 기억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16일 “김씨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던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결국 나흘 만에 말을 완전히 바꾸었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김 씨를 체포하면서 사무실과 집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한 달 가까이 지나도록 이 사건과 관련해 추가 압수수색을 한 것은 지난 11일 통화 내용에 대한 것이 전부다. 핵심 주범인 김 씨에 대한 대면조사도 지난달 25일 이후 기피하다가 비난여론이 들끓자 지난 17일에서야 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대한민국이 다시 ‘경찰조차 믿을 수 없는 후진국’으로 추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독재시절 그 수많은 오염된 경찰역사를 경험하고도 대명천지에 이런 이야기가 회자된다는 것은 수치 중에서도 수치다. 말도 안 되는 경찰의 수상한 태도와 검찰의 오불관언(吾不關焉) 자세가 ‘드루킹’ 논란을 폭발시키는 근본적인 요인이다.

20일에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드루킹 김동원에게 수차례 기사주소(URL)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김 의원이 2016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텔레그램을 통해 드루킹에게 14건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0건은 URL이었다. 드루킹과 김 의원 보좌관 사이의 수상한 돈 거래까지 드러나 설왕설래가 커지고 있는 마당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해명처럼 이 논란의 핵심은 선거 때만 되면 철새처럼 몰려다니면서 과대 포장된 영향력을 미끼로 전리품을 노리는 정치브로커들의 더러운 행태일 가능성도 있다. 선거판에서야 돕겠다고 달려드는 부나비들을 어찌 내칠 것인가. 그러나 그렇다고 이 문제를 이렇게 작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인터넷 여론조작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중대범죄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논평이 귀에 딱 걸린다. 추 대표는 야당을 향해 “권력형 댓글조작과 드루킹을 동일시하는 것은 파리를 새라 하는 격”이라고 공격했다. 집권당 대표의 안이하거나 부적절한 인식이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선거과정에서 벌어지는 부정행위는 그 어떤 것도 그냥 봐줘도 되는 ‘파리’가 될 수는 없다.

인터넷의 위력을 활용하는 것이 만능이 된 세상에서 댓글조작은 엄정하게 처단돼야 할 반국가적 범죄다. 이제 ‘인터넷실명제’ 같은 보다 근본적인 처방을 함께 생각해야 할 때다. 익명의 장막 뒤에서 노상방뇨하듯 벌이는 음험한 장난질은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맞다. ‘새’든 ‘파리’든 이런 범죄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파리’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