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왜 학교는 불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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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8.04.16   게재일 20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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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욱시인  
▲ 김현욱시인

거창고 교장을 지낸 전성은 선생의 책 ‘왜 학교는 불행한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학교는 국가 필요에 의한 인재양성소일 뿐 인간을 더 인간답고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곳은 아니다.”로 요약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학교는 ‘인간적인 인간을 비인간적으로, 지혜로운 인간을 어리석은 인간으로 만드는 곳’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대 교육혁신위원장이기도 했던 전성은 선생에게 학교는 “우리 입시 제도는 경쟁이다. 네가 들어가면 내가 못 들어간다. 경쟁을 수단으로 국민을 통제하던 고대국가와 식민지국가에서 하던 정책을 그대로 따라하는 전근대적이고 비인간적인 제도다. 결국 아이들은 일류대학에 가기 위해 친구와의 놀이도 반납하고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에만 매달리게”되는 끔찍한 지옥이자 인간완제품을 조립하여 사회에 제공하는 무시무시한 공장인 셈이다.

그런 그가 2008년에 추진한 대입안 중에 하나가 바로 ‘수능 등급제’이다. 등급으로 간격을 넓게 매겨 학생들의 입시 부담을 덜어 주려고 했던 것이다. 취지는 좋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학생들의 입시 부담을 덜어주려던 목적은 온데간데없고 ‘로또 수능’이라는 혹평과 비판에 시달렸다. 결국 이명박 정부 들어 백분위와 표준점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수능 등급제’는 1년 만에 폐지되었다.

비단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시장경제원리를 교육정책에 도입하면서 학교는 점점 더 황폐해지고 있다. 중·고등학생 10명 중 6명은 우울증을 겪거나 자살을 생각해 본 것으로 드러났고 2010년에 학업을 중단한 전국의 학생 수는 무려 5만276명에 이른다. 지난해 연간 사교육비는 20조9천억에 육박한다. 통계만으로는 ‘학교는 죽었다’라고 선고해야할 지 모른다. 다행히 EBS 교육대기획 ‘학교란 무엇인가'를 보고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한민국의 학교는 숨 쉬고 꿈꾸고 성장하고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무엇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그것만으로도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프로그램은 값지다.

1, 2부는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접근한다. 매일 152명의 학생이 학교를 떠나는 현실을 되짚어보고 왜 학생이 학교를 떠나는가와 우리가 정말 원하는 학교를 만들어 갈 방법에 대한 고민이 오롯이 녹아 있다. 1, 2부를 보고 나면 ‘학교는 공부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는 걸, ‘사람은 사랑과 믿음’으로 자란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3부는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주제로 배움 공동체 ‘이우학교’를 조명한다. “짧지만 강렬했던 2년, 내 생애 가장 따뜻하고 강렬했던 나날들!”이라는 어느 졸업생의 글 한 토막으로 ‘이우학교’를 말할 수도 있겠다. 4부는 ‘세계 최고의 고등학교’인데 한국의 민족사관고, 미국의 토머스 제퍼슨고, 인도의 마요 칼리지를 소개한다. 이 세 고등학교의 공통점은 강력한 ‘내적 동기’와 ‘자기 주도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왜 공부를 하는가?’라는 물음에 확신에 찬 표정으로 대답할 수 있다면 그 학생은 이미 차원이 다른 곳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수십 개가 넘는 동아리가 활발하게 운영되는 민족사관고, 매일 아침 OR(작문노트)을 제출하는 토머스 제퍼슨고, 토론과 함께 대중 앞에서 연설 훈련을 하는 마요 칼리지의 모습 등도 매우 인상적이다. 5부 ‘우리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6부 ‘칭찬의 역효과’, 7부 ‘책읽기, 생각을 열다’, 8부 ‘0.1%의 비밀’, 9부 ‘사교육 보고서’, 10부 ‘노는 아이들이 기적, 서머힐 학교’까지 무엇 하나 놓칠 게 없다. 학교와 학생이 불행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비로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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