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청춘, 그 시작을 노래하다” 2018년 한국장학재단 ‘사회리더-대학생 멘토링’ 출발을 선언하는 ‘KorMent Day’의 슬로건이다.

지난 7일 경희대학교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멘토링 프로그램 발대식이 있었다. 사회 곳곳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멘토’로, 대학생 ‘멘티’들에게 삶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어주는 멘토링 프로그램 1기가 시작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총 2천225명의 멘토와 1만7천984명의 멘티들이 함께 하였다.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멘토링 활동에 올해는 전국에서 모인 321명 멘토와 2천700여 명의 대학생들이 참여하였다.

멘토링(mentoring)은 그리스 신화에 배경을 둔 말이다.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는 오디세우스가 아들 텔레마코스를 친구인 멘토르에게 부탁하고 떠났는데, 귀향하여 훌륭하게 장성한 아들의 모습을 보고 멘토르의 지혜와 격려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음에 멘토링이 유래되었다. 이처럼 멘토링은 인생 선배인 멘토가 멘티의 잠재력을 믿고 이끌어 주는 정서적 지지와 실질적인 지도 과정을 의미한다. 현명한 스승으로서 때로는 든든한 친구로서, 멘토의 역할은 멘티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멘토링에서 중요한 것은 신뢰와 소통의 관계다. “참다운 스승은 말로써 가르치지 않습니다. 일상적인 삶으로써 열어 보입니다. 제자는 그 곁에서 항상 새롭게 배우면서 깨닫습니다. 좋은 스승은 제자 내부의 본질이 꽃피어 나도록 도울 뿐입니다”라고 강조했던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멘토링의 본질은 본보기를 보이는 데 있다.

멘토링은 사회적 자본으로서도 가치가 있다. ‘힐빌리의 노러 저자인 밴스의 경험처럼, 미국 러스트 벨트에 속하는 가난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자신이 성공한 비결은 곁에 멘토가 있었다는 것이다. “사회적 자본은 친구들이나 동료, 멘토에게서 얼마나 많이 배울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으리라. 사회적 자본은 늘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사회적 자본을 활용하는 사람들은 성공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아주 불리한 조건으로 인생이라는 경주에 뛰어들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힘든 상황에 낙담하고 주저앉으려 할 때 곁에서 따스한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고 다독여주는 존재가 있다면, 서로의 온기만으로도 삶의 풍경은 달라진다.

이경숙 한국장학재단 초대 이사장은 멘토링 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된 배경으로 이이의 ‘십만양병설’을 든다. 2009년 5월 높은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학자금을 대출해 주는 목적으로 설립된 정부기관에 멘토링을 접목하여,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미래 세대들이 성품과 역량을 갖춘 준비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장학재단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인생에서 배운 바를 나누고 사람을 귀하게 섬기는 사회적 가치의 확산이 그것이다.

멘토링은 사랑을 실천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폴 마이어는 “나는 많은 좌절과 상실은 물론 수많은 상처와 실망도 경험했다. 그러나 ‘사랑’은 늘 활짝 핀 꽃처럼 내 삶을 환하게 해 주었다”고 하였다. 멘토링을 통해 멘티만이 아니라 멘토도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한다. 매해 한국장학재단 멘토링에 참여하여 여러 대학 학생들과 인문고전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행복한 책읽기’ 모임을 진행하면서 나 자신도 세월을 지나 훌쩍 성장한 멘티를 만나는 기쁨과 동시에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돌아보고 조금 더 높고 멀리 내다보는 자유로운 시선을 키워가고 있다. “행복한 관계에 시혜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수혜자’가 있을 뿐”이다. 멘토와 멘티가 서로의 시간과 마음을 내어 어울리는 멘토링이, 한국장학재단 KorMent의 로고인 ‘민들레 홀씨’처럼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가길 기대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