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희선<br /><br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반대를 위한 반대`, 여전하다. 한국정치는 바뀌지 않았다. 여야간에 개헌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다.

지난 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헌법 개정 자문안을 받는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 때 동시에 투표로 개헌을 하자는 것이 지난 대선 때 모든 정당과 모든 후보가 함께 했던 대국민 약속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개헌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를 밝혔다. 이에 자유한국당 장제원 대변인은 “청와대는 허황된 문재인 관제개헌을 포기하라”며 “야당을 공격하기 위한 위장 개헌공세”라고 맞받았다. 한편 민주당 강훈식 대변인은 “한국당의 제안은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개헌 발의를 막기 위한 전형적인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헌법 개정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국회, 여당과 야당간의 말싸움이 오고가고 있다. 헌법 개정을 위한 대화와 협상이 중요한 상황에 입씨름으로 소일하는 형국이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 실시 시기문제를 두고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 별도로 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막대한 선거비용이 소요되고 개헌을 위해 필요한 투표율을 확보하는 문제가 있어 동시선거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청와대와 여당의 주장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가 동시에 이뤄지면 정권심판론에 묻힐 수 있다고 본다. 또한 4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청년 일자리 대책과 실업 안전망 강화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선거용`이라고 반발하며 `포퓰리즘의 전형`으로 몰아가고 있다. 효과적으로 개헌 논의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여야당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먼저 고려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해 촛불혁명을 통해 시민들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나라다운 나라`, 더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의가 헌법 개정의 근본 목적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헌법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하는 국가 최고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여야간에 개헌안에 합의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개헌 저지선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라는 점에서 자유한국당의 동의가 없다면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Politika`에서 정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라고 했다. 이는 교육과 입법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고 하며, 특히 “훌륭한 입법자가 할 일은 국가나 민족이나 공동체가 어떻게 훌륭한 삶과 그들에게 가능한 행복에 참여할 수 있는지 고찰하는 것”이라고 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에 기반하여 세워진 6공화국 헌법이 30년의 변화된 현실을 반영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야기한 많은 문제들에 대해 권력분산과 인권 존중의 가치가 새로운 헌법에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과 함께하는 개헌`을 표방하며 국민들의 의견을 온라인으로 받고,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행복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수사가 무색하게, 정치권의 날선 공방이 국민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개헌 논의에 앞서 새로운 정치문화가 절실한 이유다. 한국정치는 늘 국민을 앞세웠지만 제로섬(zero-sum) 게임을 벌여왔다. 승패의 논리로 여야 모두 자신의 몫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경쟁했다. 상대보다 더 얻어내려는 목표만 앞세웠다. 그러나 공격적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우게 되면 합의를 이루어낼 수 있는 기회를 아예 잃어버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여야 양측이 우호적인 합의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려면 서로의 입장을 고려하고 협력을 통해 더 큰 가치를 발견하려는 대화의 자세가 필요하다. “어디서나 성공의 요인은 두 가지다. 한 가지는 의도와 행위의 목표를 올바로 설정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목표에 이르는 수단을 발견하는 것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언명이 2018년 개헌 정국에도 요청된다. 대화와 협상이 필요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