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 선각, 보르헤스 논픽션 전집 출간
포스트모더니즘 선각, 보르헤스 논픽션 전집 출간
  • 윤희정기자
  • 등록일 2018.03.15 20:36
  • 게재일 2018.0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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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 논픽션 전집`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민음사 펴냄인문, 1·2권 1만9천원, 3권 1만8천원

아르헨티나 출신의 현대문학의 거장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

그는 20세기 중반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각자로 평가받는다. 자신만의 독특한 서사 형식으로 문학과 철학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남겼다. 그의 영향력은 문학에서 뿐만이 아니라 탈구조주의자들에게도 발견이 된다. 탈구조주의자들은 그들의 논리 전개를 위해 보르헤스의 텍스트들을 인용하기도 했다. 보르헤스의 텍스트는 주로 권력적인 이분법의 사고를 해체하는 논리나 경직된 의미해석을 반대하는 논리에 적용됐는데 대표적인 해체주의자 데리다와 푸코의 이론들이 그 예가 된다. 보르헤스의 글을 굳이 장르에 포함시킨다면 환상문학에 속할 수 있다. `타자`와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은 보르헤스 소설의 서사 특징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보르헤스는 자신 문학의 관심사는 시간과 영원과의 게임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는 시간이 동일한 것에 주는 차이에 많은 주목을 했다.

보르헤스는 이처럼 독특한 소설들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나, 생전에 수천 쪽에 달하는 에세이도 남겼다. 당대 작가들의 전기, 철학 사상, 아르헨티나의 민속학, 정치와 문화 비평, 강연록 등 다양한 주제와 형식으로 글을 써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산문 작가로도 유명했다. 도서관 사서로 오랫동안 일하고 국립도서관 관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방대한 독서량과 지식, 이를 바탕으로 한 폭넓은 저작으로 `20세기의 도서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민음사가 최근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방대한 지식과 사유의 세계를 읽을 수 있는 논픽션을 묶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논픽션 전집을 펴냈다.

전집은 총 7권으로 묶였으며, 이번에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 `영원성의 역사`, `말하는 보르헤스`까지 세 권이 먼저 나왔다. 그의 산문 전집이 국내에서 번역 출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올 하반기에 나머지 네 권이 나와 완간될 예정이다.

이번 전집에서는 보르헤스의 비범한 사유가 태동하던 청년기부터 지적 자만심으로 패기만만한 장년기, 자신만의 한 세계를 완성한 노년기까지 그의 세계관과 철학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온전히 엿볼 수 있다.

△ 1부 `내 희망의 크기`

이 작품은 그의 전체 작품 속에 녹아 있는 `크리오요`, `팜파스`, `문학과 언어`에 대한 애정과 우려 등을 담고 있다. 그는 크리오요주의를 “세상과 개인, 신은 물론 죽음과도 소통하는 철학”으로 정의하며 아르헨티나의 원초성을 되살린다. 아르헨티나의 언어성에 대한 고찰, 크리오요 문학 작품과 스페인 및 영국 문학 작품의 분석이 이어지며 루고네스, 루이스 데 공고라, 케베도 등에 대한 초기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역자 김용호 교수는 이 작품이 “삶을 긍정하고 기쁨의 원천으로 삼았던 가우초를 복원시키고, 콤파드리토들을 가우초의 생명력을 도시로 가져온 영웅으로 바라봄으로써 아르헨티나의 새로운 문화를 정립하고 허무주의를 극복하려고 시도했다” 고 설명한다.



△2부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

언어는 항상 자신을 감동시키고 고양시키지만 그에 대한 의심 또한 그치지 않았던 보르헤스는 `단어의 탐구`,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에서 `어떤 심리적 과정을 거쳐 한 문장을 이해하는가?`라고 물음을 던지며 인지언어학적 관심을 펼친다. `글로 쓴 행복`, `또다시 은유`, `세르반테스의 소설적 행동` 등에서는 날카로운 비평가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며 `탱고의 기원`, `두 길모퉁이` 등에서는 아르헨티나의 민족적 전통과 그 기원을 찾는 탐험이 그려진다.

“문학의 영속적인 목표가 운명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학이 우리 삶의 핵심이 되는 단어를 이미 다 말했고 문법과 은유를 통해서만 혁신이 가능하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나는 감히 이를 부정한다. 미분화(微分化)된 노동은 넘쳐 나고 영원한 것, 즉 행복과 죽음, 우정에 대한 유효한 표현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등 문학이란 무엇인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궤도 또한 곳곳에 녹아 있다. 역자 황수현 교수가 “민낯의 보르헤스”라고 쓴 것처럼, 형이상학적이고 난해한 보르헤스 이전의 “다소 공격적이거나 비판적이며 때로는 유머로 눙을 치는” 혈기 왕성한 보르헤스를 만나 볼 수 있다.

△3부 `에바리스토 카리에고`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의 좌절과 실패를 따뜻하게 노래한, 19세기 말을 대표하는 시인 에바리스토 카리에고에 대한 산문집이다. 역자 엄지영 교수의 표현처럼 “전기라는 장르의 규칙에 대해 비판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카리에고라는 시인을 빌려 자신의 이야기를 기술하는 일종의 전 텍스트”로서 “새로운 글쓰기의 실험”을 형식에서부터 공고히 한다. 이 작품은 한 시인의 삶과 기억의 편린, 그가 남긴 시를 다루면서도 `탱고의 역사`, `말 탄 이들의 이야기`, `단도` 등에서는 20세기 초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외의 근원적 의미와 풍요로운 전설까지 다채롭게 복원한다. 생명의 원초적 힘을 상징하는 아르헨티나인들의 태도, 그 호전적인 힘과 함께 독립적인 개인을 넘어서는 영원성, 증식하는 미로, 여러 시간이 공존하는 미학적 사건이 어우러진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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