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교편놓고 명예퇴임하는
장해청 포항 세화고 교장

▲ 오는 28일 퇴임을 앞둔 장해청 포항 세화고 교장이 30년간의 교직 생활을 회상하고 있다.

수년간의 노력 끝에 지난해부터 포항시 평준화고교군에 전격 편입된 포항 세화고등학교는 개교 약 30년 만에 새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는 학생과 교직원 모두의 의지와 지역민들의 관심, 이를 이끌었던 교장의 노력 등이 더해진 결과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의 기쁨도 잠시, 세화고의 장해청 교장은 오는 28일 `유종의 미`를 거두기로 하고 30년의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는 명예로운 퇴임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88년 포항 경포여자고등학교(현 세화고)에서 교편을 잡은 이후 길고도 짧은 시간 동안 교직자로서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던 그는 이제 제2의 인생을 꿈꾸기로 했다. 퇴임을 앞둔 장해청 교장의 소감을 들어봤다.

“학생수 급감 등 위기상황 지켜보며
스스로 선택한 `제 2의 인생`
발로 뛰어 이루어낸 `평준화 편입`
보람 있었지만 가장 어려웠던일”

-30년을 몸담았던 교직을 이제 그만두게 됐다. 어떤 기분인지.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처음 교단에 섰고, 다시 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린 2018년 짧다면 짧은 30년 교직 생활을 내려놓게 됐다. 교사 생활을 하며 마음도 편안했고 인생을 잘 살아온 것 같다. 시간의 한계에 밀려 떠나게 되는 정년퇴직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퇴직이지만 막상 떠나려 하니 그동안 교직생활의 소중함과 아쉬움에 가슴이 찡하다. 하지만 퇴임은 인생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시작이다. 이번 퇴임이 교직에만 묶여 있던 발을 새로운 영역으로 내딛게 하는 의미 있는 출발이라 생각한다.

-정년을 남겨두고 퇴임을 앞둔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세화고는 그간 어려움이 많았다. 과거 한 학년당 11학급이었던 시절이 있었던 반면, 포항에 고교 평준화 제도가 도입된 이후 비평준화 고교군에 머무르며 학년당 4학급 정도로 학생 수도 급격하게 줄었다. 문제는 이런 경우 교사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학생이 줄어 지난해에도 12명이 외부로 파견됐다. 이러한 상황을 보고 있자니 수장으로서의 책임을 느껴 교장직에 중임하겠다는 욕심을 버렸고, 이 기회에 차라리 조금 더 일찍 새 인생을 시작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퇴임 소식에 학생들이 많이 아쉬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난 9일 퇴임식을 벌써 했다. 퇴임하는지를 몰랐던 학생들이 종업식에서 소식을 듣고는 놀라거나 섭섭해했다고 들었다. 세화고에서 교장으로 지내며 많은 일이 있었는데 우리 말썽꾸러기 아이들을 관리하면서 배울 점도 많았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이해하려고 매주 급식소 배식도 해왔고, 아침 등굣길에 하이파이브로 만나는 시간도 가졌다.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이런 소소한 노력이 학생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다만, 퇴임으로 함께했던 제자들이 졸업할 때까지 지켜보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는 미안한 심정이다.

-교직 생활 중 어려웠던 일을 꼽으면.

△가장 어려웠던 일 중 하나가 세화고의 평준화 고교군 편입이었던 것 같다. 학교는 학생이 있어야 한다. 학생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세화고가 비평준화 고교로 머물러 위기를 겪었고, 이에 교장으로 지내면서 평준화 고교로 편입을 꼭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직접 발로 뛰면서 여러 인사들도 만나서 설득하고 부탁도 하고 정신없는 시간이었다. 다행히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다목적 강당 `아치관(阿雉館)`도 개관했고, 여기에 힘입어 평준화 고교군에도 편입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

△당분간은 휴식을 즐길 예정이다. 한 6개월 정도는 쉬지 않을까 한다. 쉬면서 요즘 많이 들리는 `한 달 살기`에도 도전해볼 계획이다. 전라도나 강원도 등에 집을 구해 머무르며 휴식과 여행을 즐기는 등 새로운 경험을 해볼까 한다. 이후에는 현재 가지고 있는 독일어, 영어나 상담교사 등 교원 자격증을 활용해 봉사활동도 하고 감성인성교육 강의도 도전해볼까 한다.

-제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여러분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은 인재들이다. 무한경쟁과 입시결과만을 바라는 이러한 교육 환경에서 `나`만 살아남는 경쟁보다는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와 인성을 갖추고 진정한 꿈과 창의성을 계발할 수 있는 인물이 되어달라.

/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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