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무슬림`에 대한 편견을 깨다낯선 길 위에서
터키 ⑤
홍성식기자  |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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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8.01.04   게재일 2018.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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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처럼 흰 석회석과 뜨거운 온천이 여행자를 유혹하는 파묵칼레.  
▲ 눈처럼 흰 석회석과 뜨거운 온천이 여행자를 유혹하는 파묵칼레.

많은 한국인들이 이슬람교와 무슬림(Muslim·이슬람교도)에 대한 근거 없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자 역시 그랬다. 터키를 여행하기 전에는.

우리가 거의 매일 접하는 TV 뉴스나 영화에선 “유일신 알라(Allah)를 신봉하라”고 외치며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향해 폭탄을 던지거나, 코란(Koran·이슬람교의 경전)을 교조적으로 해석해 폐쇄적인 태도를 취하며 여성의 인권을 억누르는 무슬림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과연 모든 이슬람교 신자들이 그처럼 폭력적이고 비이성적일까? 이 물음에 관해선 단호히 답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고.

지구 위에 사는 무슬림은 13억 명이 넘는다. 그들 중 탈레반(Taliban)이나 IS에서 활동하는 극단적이고 과격한 무슬림은 지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기자의 경험에 한정시키자면 이란, 말레이시아, 터키 등의 나라에서 만난 절대다수의 이슬람교 신자들은 선량하고 친절했다. 터키를 떠올릴 때면 길을 몰라 헤매는 여행자의 손을 이끌고 목적지를 찾아주던 수염 풍성한 아저씨와 부끄러움에 고개를 돌리면서도 자기 손에 든 큼직한 빵을 낯선 외국인에게 나눠주던 아주머니가 자연스레 그려진다.

착하고 정직하게 살고 있는 무슬림들과 한 달 가까운 기간을 부대끼며 지냈던 터키 여행은 그런 이유로 애틋한 그리움이 됐다.
 

  ▲ 이스탄불 갈라타 다리 위에선 친절한 터키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 이스탄불 갈라타 다리 위에선 친절한 터키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 이스탄불 좁은 골목길에서 맛본 행복

아시아와 유럽의 가교인 터키 이스탄불은 1~2주 머무르는 것만으론 그 매력을 다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도시다. 한때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로 불렸던 동로마제국의 수도였고, 이스탄불은 무슬림이 이 지역을 지배하면서부터 불린 이름이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이스탄불이 가톨릭에게서 무슬림에게 넘어갔기 때문에 대서양 바닷길이 열렸다”고 말하기도 한다. 유럽의 남아메리카 침탈과 박해의 역사가 여기서 시작됐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500년 가까운 시간을 오스만제국의 정치·경제·문화 중심지로 역할한 이스탄불.

기자가 묵었던 저렴한 호텔에서 5분만 걸어가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다는 이슬람 사원 술탄아흐멧 자미(블루 모스크)가 있었다. 지상으로부터 최소 50m가 넘는 곳에 위치한 모스크의 지붕 위로 날아가는 비둘기를 보면 김수영의 시 `푸른 하늘을`이 떠올랐다. 종교와 이념 따위와는 무관하게 자유롭게 사는 새들.
 

  ▲ 모스크 앞에서 손과 발을 씻는 터키 무슬림들.  
▲ 모스크 앞에서 손과 발을 씻는 터키 무슬림들.

자유를 위해서

비상(飛翔)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이스탄불 골목골목마다 들어선 고풍스런 카페와 바(BAR)에서 포도주와 커피, 설탕을 듬뿍 넣은 홍차를 마시던 즐거움도 잊을 수 없다. 한국에서의 `불금`이 그립지 않았다.

거기서 피우던 물담배. 뽀글뽀글 기포가 만들어내는 연기에선 달콤한 과일 냄새가 났고, 그 향기는 지친 여행자를 포근하게 위로해줬다.

제법 커다란 배를 타고 이스탄불 아시아 지역에서 유럽 지역을 1시간쯤 오가던 저물녘의 낭만도 빼놓을 수 없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스웨덴 여성 둘은 날마다 `석양 무렵의 싸구려 크루즈여행`을 다녀오는 기자를 보며 “어이, 한국 남자들은 다 너처럼 촛불 켜진 로맨틱한 식당에서 와인 마시는 것과 해지는 어둑한 시간에 배 타는 걸 좋아해?”라는 뜬금없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 터키 소도시의 전형적인 풍경.  
▲ 터키 소도시의 전형적인 풍경.

◇ 곳곳에서 발견되는 터키의 매력

비단 이스탄불만이 아니었다. 기묘한 모습의 바위가 수십 km 이어지는 카파도키아에선 동굴을 리모델링한 호텔에서 잠을 청했다. 그날 밤엔 기자가 살아본 적 없는 아득한 원시 시대를 꿈꾼 듯도 하다.

터키 어느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모스크 앞에서 만난 무슬림들 역시 기억 속에 선명하다. 환하게 웃는 얼굴로 모스크 앞 수돗가에서 손과 발을 씻던 그들의 뒷모습은 어떤 측면에선 경건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새하얀 눈처럼 보이는 석회암이 산을 뒤덮은 파묵칼레의 온천에 몸을 담그던 추억은 또 어떤가. 어린 시절 읽던 동화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었다.

덩치 크고 선이 굵은 미남과 인형처럼 커다란 눈을 가진 미녀가 넘쳐나고, 거리를 걸으면 터키어는 물론 독일어와 프랑스어, 영어와 일본어까지 들려오는 터키의 관광지들. 기자는 그곳의 왁자지껄한 에너지가 좋았다. 그래서 매혹을 느꼈다.

그래서였다. 한국에서라면 손사래를 칠 음식들도 맛있게 먹었다. 고등어를 바게트 빵 사이에 끼우고 양파와 상추 등을 곁들인 `고등어 케밥`과 오이와 양배추를 식초와 붉은빛이 감도는 향료에 절인 터키식 피클, 거기에 홍합 속에 쌀을 넣어 익혀 레몬즙을 뿌려 먹는 미드예 돌마(Midye Dolma)까지.

돌아보면 참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적지 않은 경험을 한 터키 여행이었다.

기자가 전하는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던 숙부가 부러운 듯 말했다. “나도 더 늙기 전에 콘스탄티노플에 가보고 싶구나.” 그 말이 이상스레 쓸쓸하게 들렸다.

여든넷이란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돋보기안경을 쓴 채 `캡틴 제임스 쿡`(James Cook·1728~1779)의 여행기를 읽는 숙부를 모시고 다시 한 번 터키 이스탄불행 비행기에 오르고 싶다.
 

  ▲ 홍합 속에 조미된 밥이 들어있는 터키 전통음식 `미드예 돌마`.  
▲ 홍합 속에 조미된 밥이 들어있는 터키 전통음식 `미드예 돌마`.

이스탄불은 어떤 도시일까?

행정구역상 터키 이스탄불주(州)에 속하는 매력 가득한 곳.

규모와 인구 면에서 다른 지역을 압도하는 터키 최대의 도시이며, 세계에서 5번째로 큰 도시이기도 하다. 푸른 파도와 맑은 물빛의 마르마라해와 흑해를 이어주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운데 두고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 위치해 있다.

유럽 지역은 유적과 현대화된 상가가 조화를 이룬다. 이스탄불에 거주하는 사람은 약 1천400만 명. 2010년 유럽의 문화수도로 지정됐고, 2012년엔 유럽의 스포츠수도로 지정됐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 아시아 지역과 유럽 지역을 오가는 배 위에서 본 이스탄불.  
▲ 아시아 지역과 유럽 지역을 오가는 배 위에서 본 이스탄불.

기원전 667년 비잔티움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졌으며, 현재도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동양과 서양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졌던 공간으로 로마, 예루살렘과 함께 유구한 종교적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도시로 알려졌다.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제7대 술탄 메흐메드 2세는 이곳에 만들어져있던 많은 수의 성당과 수도원을 이슬람교 예배당인 모스크로 개조했다. 로마제국이 만든 수도의 모습을 대폭 바꾼 것이다.

메흐메드 2세는 정복자였으나, 무슬림이 아닌 종교인들에게도 일정한 인권을 보장했다. 또한, 아나톨리아 지역에서 살던 이슬람교도 다수를 이스탄불로 이주시켰다. 이런 정책은 이스탄불이 터키인, 그리스인, 유대인, 아르메니아인 등이 어울려 살아가는 도시로 자리 잡게 했다.

  ▲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내는 터키 중부지역.  
▲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내는 터키 중부지역.

오스만투르크 제국 때는 그리스어 이름인 `콘스탄티노폴리스`와 터키어 명칭인 이스탄불이 모두 사용됐으나, 그때도 유럽 사람들은 콘스탄티노폴리스란 이름을 더 많이 썼다. 이스탄불이 도시의 공식명칭이 된 것은 1924년이다.

1950년대 초반부터 이스탄불은 현대화에 착수한다. 새로운 광장과 거리가 건설됐고, 가까운 지방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이주하기 시작하면서 인구가 급속히 증가했다. 도시 외곽에는 공업지대도 들어섰다.

현재의 이스탄불은 `터키 경제수도`로 불린다. 목화, 과일, 올리브, 비단을 생산하는 대규모 농지가 있고, 식품가공업, 섬유업, 석유업, 제약업, 전자업, 금속업과 도자기 제작까지 다양한 산업이 고루 발전하고 있다.

탄탄한 경제적 기반은 이스탄불을 `억만장자들의 도시`로 만들었다. 2008년 한 경제지의 조사에 따르면 이스탄불에 거주하는 억만장자는 34명. 물론 다른 나라들처럼 빈부격차에 따른 갈등도 없지 않다.

해마다 수백 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이스탄불은 그랜드 바자르, 돌마바흐체 궁전, 발렌스 수도교, 블루 모스크, 슐레이마니예 모스크, 소피아 성당,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 스파이스 바자르, 탁심 광장, 톱카프 궁전 등의 수많은 볼거리와 독특한 먹을거리로 가득한 도시다.



사진/류태규

글/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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