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희선<br /><br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박사
▲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박사

가을 학기 들어와 시민대학 강좌를 시작했다. 필자가 개설한 `고전 읽기 세상 읽기`는 10주 동안 4권의 책을 함께 읽으며 생각을 나누는 자리다. 이제는 수업에 참여하는 분들과 강의실 밖에서도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고 있다.

`뒤돌아서면 바로 잊어버린다`고 하면서도 책을 펼치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 노력하시는 모습들을 보며 감동을 받는다. 수강생들 대부분은 현업에서 은퇴하신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다. 젊었을 때 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양하게 시도하며 즐겁게 노년을 보내고 계신다. 그분들과 만나며 행복한 삶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가 읽은 첫 책은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이었다.

행복은 신에게서 운 좋게 받는 선물이 아니라 스스로 노력하여 쟁취하는 것이라고 러셀은 말한다. 행복한 사람은 우주 속에 소중한 존재로서 자신을 인식하고 폭넓은 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행복을`선택`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많을수록 행복을 경험할 기회가 그만큼 많아지는 것이기에 좋아하는 것들을 늘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책 읽기를 싫어하는 사람에 비해서 훨씬 더 즐겁게 산다”는 것이다. 시민대학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이처럼 책과 함께 노년의 시간을 `배우는` 즐거움으로 채워가고 계신 행복한 분들이다.

지난 10일은 `행복수명 데이`였다. 10×10=100으로 백세까지 행복하게 사는 노년의 삶을 위해서 우리의 상황을 점검해 보자는 의미로 지정한 날이라고 한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서울대 노년·은퇴설계연구소가 개발한 경제, 건강, 활동, 관계로 구성된 지표로 진단했는데, 한국 노인은 행복수명이 74.6세로 나타났다. 기대수명은 83.1세였기에 8년 6개월간 마지막 여생이 불행할 수 있음을 시사해 주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더 나은 삶의 지수`를 보더라도 한국은 나이가 들수록 삶의 만족도가 급락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년의 삶의 양극화 문제는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북구라파 노인들이 여유 있게 지내는 모습을 떠올려 보면 국가 차원의 노인 복지 강화가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동시에 개인적 차원에서도 행복한 여생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내적 성장에 가치를 두는 삶은 물리적인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다. 우리의 행복수명을 늘리는 것은 지금부터 경제, 건강, 활동, 관계의 축을 잘 관리해 가는 일이다. “저물어 가는 것이 아니라 여물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저 시간에 맡겨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율의지를 갖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시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며 일상을 구성해 나가는 것이다. 인생 100세 시대이기에 미리 준비하고 훈련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쓴 `인생수업`은 사랑하고 웃으며 배우는 삶의 자세에 대해 말한다. 우리의 삶에 유일한 의무가 있다면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라`는 것 외에는 없다고 한다.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행복을 위한 좋은 습관을 길들여 가는 것이다. 시민대학의 어르신들처럼 새로운 곳에서 낯선 이들에게 마음을 열고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하며 충만한 시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배움에는 시간의 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책읽기는 더구나 입학과 정년이 따로 없다. 먹고 살기 바빠서 책을 못 보고, 시간이 많이 남아서 책을 보게 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있고 의미를 알아야 책을 찾아 읽게 되는 것이다. 젊은 시절부터 자신의 관심 분야를 넓혀가며 배우는 즐거움을 체화해 가고, 또 책을 통과해서 나오는 인생 경험과 지혜를 나눠주는 노년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아름답다.

우리에게 던져진 `행복하라`는 숙제, 잘 하고 있는지 독서의 계절에 다시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