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터 뷰 소설 `대전스토리, 겨울` 출간 방민호 교수

▲ `대전 스토리, 겨울` 방민호 지음·도모북스 펴냄 소설·1만4천원

서울대 국문과 방민호(52) 교수는 한 가지 잣대만으로는 해석하기가 어려운 사람이다. 그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후 한국문학사 연구의 권위자인 동시에 시집 `나는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를 쓴 시인이며, 장편 `연인 심청`과 단편집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답함`을 출간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지식인의 사회적 발언`이라는 측면에서도 거침이 없는 방 교수는 방송사 시사프로그램 패널과 정치를 주제로 다루는 라디오방송의 토론자이기도 했다.

국문학 강의와 문학사 연구, 평론 집필과 시 쓰기. 일인다역의 바쁜 삶을 살아가는 그가 최근에 또 한 권의 장편소설을 세상에 내놓았다. `대전 스토리, 겨울`이 바로 그것.

제 안에서 타오르는 열망 탓에 세상과 화해하지 못하는 대학원생 이후(34)와 결혼이 외로움을 해결해줄 수 없다는 걸 알아버린 여자 숙현(38), 타락과 순수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여성 보영(30)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대전 스토리, 겨울`은 “삼각관계 속에 삼투된 시대적 고뇌를 보여주는 동시에 사실주의 이후 한국 소설의 새로운 장르적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민호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전 스토리, 겨울`의 집필 계기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교수와 작가의 삶을 동시에 살아야하는 어려움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두 차례의 통화와 이메일을 통한 질의-답변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전 스토리, 겨울`을 읽을 독자들에게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효과적인 독서가 될 수 있다`는 힌트를 준다면.

“이후, 보영, 숙현. 이 세 인물을 사랑해 주면 좋겠다. 그들의 인생이 내가 그리고 싶었던 세상의 모습이다. 그들에게 우리들의 삶이 스며들어 있다. 이 셋이 곧 우리다. 소설엔 세상에 대한 나의 근심이 들어있다. 난 오래 전부터 이 세계가 평화롭기를, 서로 감싸 안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왔다.”

▲많은 사람들은 당신을 학자이자 교수로 생각한다. 그런데, 얼핏 보기에 이번 작품은 통속소설에 가깝다. 이 소설을 쓴 이유는?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사랑 이야기니까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변명이 아니라 통속소설이 아닌 `풍속소설`이다. 현실을 뼈가 아니라 살을 그려내고자 하는 풍속소설의 이념에 따랐다고 하면 해명이 될 수 있을까?”

▲`엇갈리는 사랑`은 오래 전부터 문학의 주요한 주제였다. 전작 `연인 심청`에 이어 `대전 스토리, 겨울`도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연이어 사랑이란 주제로 소설을 쓴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질과 욕망이 지배하는 이 세계를 무엇으로 구할 수 있을까? 누구나 자기애에만 탐닉한다면 세계는 그 풍선들끼리 부딪혀 터지고 만다. 자기를 넘어 타인을 아끼고, 세계를 안쓰럽게 여기는 마음을 가리켜 사랑이라고 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사랑이라는 걸 할 수 있는 것인지를 생각하고 있다. 이는 내 문학의 대주제다.”

▲소설의 주요한 공간적 배경이 대전이다. 그렇게 설정한 이유는?

“대전은 내가 초중고교 시절을 보낸 곳이다. 가장 잘 알고 소중하게 여기는 공간이다. 대전에 이야기를 선사하고 싶었고, 서울과 대전의 공간적 대위법으로 우리가 사는 시대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싶었다. 이번 소설에서 서울과 대전, 그 중에서도 대전의 구도심은 어떤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눈 밝은 독자들이 그걸 찾아주기 바란다.(웃음)”

▲`대전 스토리, 겨울`을 통해 당신이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뭔가?

“이 질문 앞에서는 말을 아끼고 싶다. 다만, 이 소설은 2014년 봄부터 2015년 겨울까지를 그리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당시는 우리 사회가 요동을 친 시기다. 우리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세상을 어둠에게서 되돌려 받으려면 먼저 자기를 자기의 어둠에서 되돌려 받아야 한다`는 문장이 문득 떠오른다.”

▲동료 국문학자들은 당신의 `소설 작업`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문학작품, 시와 소설은 한 나라 언어의 가장 섬세하고 심오한 구성물이다. 창작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국문학자가 있을까? 나는 내가 가야 하는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많은 분들의 이해를 요청하면서.”

▲문학연구와 강의, 창작까지 겸하고 있다. 시간 배분의 노하우를 알려준다면.

“나는 부지런한 사람은 못된다. 다만, 문학에 대한 생각만은 멈추지 않으려 한다. 문학하기, 생각하고 읽고 쓰는 것에서 멀어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평론을 쓸 때와 소설이나 시를 쓸 때는 어떤 게 다른가? 의식적으로 두 장르 사이의 간극을 생각하고 쓰는지.

“최근에 평론과 창작은 내게 있어 하나임을 새삼 깨달았다. 세상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서 하는 것, 나를 비우고 그 공백을 타인의 말로 채우는 것. 이것이 내가 깨달은 새로운 문학의 의미다. 이제 조금 더 자유로워진 것 같다. 평론과 창작 사이의 간극이 없어진 것 같은 착각이 지금 내가 느끼는 `나의 문학`이다.”

▲ 김달진 시인 생가를 방문한 방민호 교수.
▲ 김달진 시인 생가를 방문한 방민호 교수.

▲앞으로도 연구와 창작을 겸할 생각인가?

“힘이 다할 때까지 그렇게 하고 싶다. 장편소설 소재를 몇 가지 생각하고 있다. 시간이 허락돼 대마도 이야기, 사마귀 이야기, 평양 이야기 등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또한, 해방 이후 8년 동안의 문학사적 논점을 정리하는 것도 연구자인 내게 남겨진 과제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이 있다면.

“이번 작품 `대전 스토리, 겨울`은 닫힌 문 안에 갇힌 세대의 고민을 보여주려고 썼다. 모두가 독방에서 살아가는 것 같은 시대다. 세상은 부조리하고 인간은 타락의 위기 앞에 서 있다. 이런 세상이라면 자기를 구하는 자가 세상을 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홍성식기자

    홍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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