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품은 낙동강 이야기 ⑸
겨울 철새들의 안식처

▲ 구미 낙동강을 찾은 철새들이 비상하는 모습.

강 유역 갈대밭·농경지·습지 등
천연기념물 철새 60여종 머물러
구미시, 안전한 서식환경 조성위해
불법포획 등 교란행위 계도활동 최선

□ 겨울 철새의 중간 휴식처

낙동강은 예로부터 굽이쳐 흐르면서 산지의 물질을 퇴적시키거나 혹은 지형을 침식시켜 주변에 넓은 들을 형성시켜 왔다. 이러한 토지는 홍수 시 부분적으로 물이 고이면서 습지(濕地)로 변해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로 변했다.

구미의 경우 1960년대 초반까지 해평습지를 비롯한 낙동강 본류에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었다. 배후습지(하천의 자연제방 뒤편 낮은 지역에 형성된 습지)의 들판은 논으로 이용됐다.

당시 해평습지의 낙동강 변에 인공제방이 건설되지 않아 농사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1970년대 초반 인공제방이 건설되면서 본격적인 농경지로 거듭나게 된다.

여기에 1970년대까지 고아읍과 해평면을 지나는 낙동강 본류에는 하중도(강 가운데 생긴 퇴적지형)가 없었지만, 이후에 점진적으로 만들어져 큰 하중도가 해평면의 문량들 앞쪽과 더불어 곳곳에 형성됐다.

낙동강 유역의 갈대밭과 모래사장, 하중도, 그 주변의 비옥한 농경지와 습지는 겨울철새들의 안식처로 아주 적합한 환경을 이뤘다.

철새도래지인 해평습지를 비롯해 구미 낙동강 유역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세계적인 희귀조류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재두루미, 흑두루미, 고니 등 60여 종의 철새들이 찾는 중간 휴식처이다.

▲ 구미 해평습지를 찾은 천연기념물 제203호 재두루미./구미시 제공
▲ 구미 해평습지를 찾은 천연기념물 제203호 재두루미./구미시 제공

□ 새들의 보금자리

구미 낙동강을 찾는 겨울 철새는 천연기념물 제203호인 재두루미,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를 비롯해 쇠기러기, 청둥오리, 큰고니, 큰기러기,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등 60여종에 이른다.

철새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10월부터 시베리아와 중국 등지에서 일본으로 날아가는 도중 구미 해평습지를 비롯해 그 일대를 중간 휴식처로 삼고 있다.

특히 두루미의 경우 철원 민통선 부근에서나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보기가 힘든 철새다. 전세계 두루미의 80~90%가 일본에서 겨울을 나는데 그 중 50% 정도가 구미지역 낙동강을 경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텃새들도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독수리, 원앙, 왜가리, 백로, 황조롱이 등의 수도 늘고 있다. 특히, 천연기념물 제243호이면서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된 검독수리의 모습도 관찰되면서 새들이 분포하기 적합한 생태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구미지역은 낙동강 유역에 비옥한 농경지와 습지가 잘 발달돼 있고, 여기에 일천만그루 나무심기운동 등으로 도시숲이 잘 조성이 되어 있는 것도 새들이 살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낙동강에 인접한 지산샛강, 문성지 등이 생태공원으로 조성되면서 새들의 먹이감이 늘어난 것도 하나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구미지역 조수보호원들에 따르면 철새들은 야간에 지산샛강이나 문성지로 넘어가 먹이를 먹고 아침에 다시 낙동강으로 넘어와 쉬는 경우가 많다.

▲ 구미 낙동강 유역의 모래사장을 찾은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
▲ 구미 낙동강 유역의 모래사장을 찾은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

□ 철새들을 위한 구미시의 노력

구미시는 해평습지와 강정습지가 두루미 등 희귀 철새들의 안정적인 중간 휴식처가 되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안전한 서식 환경 조성을 위해 보호 관리원을 구역별로 배치해 불법 포획이나 서식지를 훼손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월동기간 민감한 철새들을 위해 철새의 주요 서식지 부근에서의 낚시 등의 교란행위에 대해 계도활동을 강화하고, 매년 5t 상당의 먹이(볍씨)도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낙동강 두루미 네트워크를 통해 두루미과 철새의 서식 장소 및 도래 경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두루미과 철새 서식을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흑두루미 1천120마리, 재두루미 388마리,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호) 646마리, 청둥오리 6천100마리, 쇠기러기 7천500마리 등 총 1만6천여 마리가 다녀간 것으로 조사됐다.

흑두루미와 재두루미의 개체 수는 2010~2012년 4대강 살리기 사업기간 중 평균 1천222마리에서 4대강 사업이 종료된 2013년 1천543마리, 2014년 2천637마리, 2015년 1천508마리로 평균 64% 이상 증가 추세를 보였다. 큰고니(백조) 역시 2012년 264마리, 2013년 356마리, 2014년 522마리, 2015년 646마리로 매년 크게 증가했다.

▲ 이경석씨가 지난해 구미지역 낙동강을 찾은 철새들을 기록한 자료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 이경석씨가 지난해 구미지역 낙동강을 찾은 철새들을 기록한 자료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동·식물 잘사는 환경이 사람에도 좋은 환경”
철새 월동지 보호관리원 이경석씨

“철새는 매년 구미를 찾는 귀한 손님이죠.”

구미시 선산읍 구미보에서 만난 철새 월동지 보호관리원 이경석(72)씨의 첫 마디다. 그는 구미시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운영하는 철새 월동지 보호관리원으로 2012년부터 활동해 오고 있다.

이씨는 구미 철새 월동지 보호관리원으로 활동한 것은 2012년부터이지만, 철새들과의 본격적인 인연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 40여마리가 독극물을 먹고 집단 폐사한 사건이 발생하자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소속이었던 이씨가 철새 보호를 위한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철새들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이씨는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식물과 동물이 모두 잘 살 수있는 환경이 되어야지만 사람도 건강하게 잘 살 수 있고, 그게 세상의 이치인데 사람들의 잘못으로 철새들이 그렇게 죽는 것을 보고 조금이나마 철새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들은 경계심이 굉장히 많은 동물이다. 자기들이 내려 앉고 싶은 자리 주위에 낚시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이동해 버리고, 내려와 앉아 쉬더라도 사람들이 조금만 가까이 접근해도 금세 날아가 버린다”면서 “새들이 이 곳에서 편히 쉬었다가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설명했다.

그의 철새들을 위한 마음은 부지런함에서 드러난다.

보호관리원 근무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만, 그는 동이 트는 시간부터 해가 져 관찰이 어려워지는 시점까지 시간대 별로 철새들의 종류와 개채수, 상태, 행동, 날씨 등을 세부적으로 기록한다.

이씨가 최근 3년동안 작성한 자료를 조류생태환경연구소에서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져갔을 정도로 아주 상세히 기록이 잘 돼있다.

이씨는 “추운 계절에 바깥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철새들이 많이 찾아오는 만큼 우리들이 사는 환경이 그만큼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며 “가끔 철새 때문에 낚시를 못하게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철새는 겨울에 잠시 우리지역을 방문하는 귀한 손님이라 생각해 조금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