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알려주는 건강 Tip
반복적 사고와 행동에 갇힌 나, 강박장애

▲ 허정욱 원장 건강관리협회 대구북부건강검진센터

`강한 압박`의 준말이라고 할 수 있는 강박은 무언가에 압도돼 어찌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강박증 또는 강박장애 환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놀랍게도 20~30대라고 한다. 취업 등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직장이나 가정생활의 어려움 등이 스트레스로 작용한 탓이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강박증의 가장 큰 원인을 불안으로 꼽는다. 불안에 압도되게 하는 생각을 강박사고, 불안을 없애려고 하는 특정한 행동을 강박행동이라고 한다.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은 뗄 수 없는 짝과 같다. 강박사고가 일으킨 불안을 강박행동이 감소시켜 주기 때문이다. 강박사고는 의도적으로 꾸며낸 것이 아니라 의지와 상관없이 갑작스럽게 머릿속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생각이다. 사람은 이러한 강박사고를 이질적으로 느끼고 어떻게든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이때 다양한 행동을 시도하는데 행동의 결과로 불안이 사라지면 나중에는 그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정해진 규칙이나 틀이 명확해 마치 종교의식(Ritual)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강박장애 증상으로는 결벽증이 있다. 오염강박이라고도 하는데 자신이 세균에 오염돼 결국 죽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휩싸여 불안을 느끼고 손이나 몸을 씻거나 빨래를 하면서 불안감을 없애려 한다.

결벽증인 사람들이 손이나 몸을 씻는 행동은 일반인들과 다르다. 순서와 횟수가 정해져 있으며 피부가 손상될 정도로 과하게 씻는다.

이외에도 자신이 보는 사물이나 패턴이 비대칭일 경우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이는 대칭강박도 있으며, 자신의 몸에서 냄새가 나고 이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비난할 것이라는 생각에 불안해하는 냄새강박도 있다.

가스밸브,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아 집에 불이 나거나 물난리가 나서 누군가가 죽거나 다치게 되면 자신이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불안을 느껴 반복적으로 점검하는 확인강박도 있다.

어찌 보면 강박장애 환자들이 완벽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강박장애는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그 생각에 대해서만 반응한다는 점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특히 어떤 특정 생각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업무 효율성까지 떨어뜨리는 성격적 문제가 나타날 경우 강박성 성격장애가 된다. 강박성 성격장애는 엄밀히 따지면 강박장애와는 구별되는 정신장애다.

강박장애는 그 종류나 원인은 다양하지만 주로 불안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따라서 약물치료 시 항불안제부터 처방한다.

강박장애로 인해 우울감까지 느낀다면 항우울제를 처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효과는 일시적이다. 강박장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불안하게 만드는 생각 자체를 없앨 수 없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불안을 느낄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강박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불안에 대한 내성을 키울 수 있도록 노출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대상이나 상황을 의도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환자들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 행동을 하려고 할 때는 반응 제지법을 적용한다.

시간이 지나도 환자들이 걱정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불안감을 낮출 수 있다. 오염강박의 경우 병에 걸려 죽게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불안감이 해소되는 것이다.

이 같은 노출 훈련과 반응 제지법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다 보면 내성이 생겨 나중에는 강박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불안을 견뎌낼 수 있다.

강박장애가 아주 심하지 않다면 스스로의 노력으로도 극복할 수 있다. 의도적으로 불안한 상황에 직면하고 강박행동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강박장애에서 벗어날 수 있다.

스스로 강박장애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는 자신이 어떤 이유에서든지 불안에 취약해진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모호함과 불안을 견디는 힘을 키우는 것이 강박장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불안에 대한 내성을 키워 강박장애를 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