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뼛속까지 가득한 고소함 한 입 드셔보시렵니까? 투박한 이 한 그릇영덕기행 미주구리 막회
홍성식기자  |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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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7.10.10   게재일 201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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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사람들이 `미주구리`라고 부르는 물가자미.
 

서울 종로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H씨(56)는 자타가 공인하는 낚시 애호가이자 미식가다. 그가 해마다 두어 번은 꼭 찾는 곳이 있으니 다름 아닌 `미주구리`를 요리해주는 식당이다.

“대체 미주구리가 뭐야?”

경상북도 방언을 잘 알지 못하는 출판사 직원이나 선후배들의 궁금증이 이어지는 건 당연하다. 그럴 때면 H씨가 웃으며 나선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미주구리는 경북 사람들이 물가자미를 가리킬 때 쓰는 사투리야. 영덕 인근을 포함해 동해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이지. 몸 빛깔은 눈이 있는 쪽은 연한 암갈색이고, 크고 작은 흑갈색이나 유백색의 반점이 있어. 옆줄을 경계로 아래 위에 각각 3개씩 6개의 흑색 반문(斑紋·얼룩덜룩한 무늬)이 있고, 눈이 없는 쪽은 흰색이야.”

대학에 입학하며 서울로 올라온 지도 벌써 40년이 가까워오지만, H씨는 아직도 어린 시절 먹었던 `미주구리`의 맛을 잊지 못했다. 여행을 좋아했던 아버지와 함께 즐긴 추억의 먹을거리이기도 하거니와 그리운 유년시절의 고향을 떠오르게 하는 매개체인 까닭이다.

 

   
 

싱싱한 제철 물가자미를 숭덩숭덩 뼈째 썰어 마늘, 풋고추, 파 등의 채소를 듬뿍 넣고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에 버무려 먹는 `미주구리 막회`는 H씨 단골식당의 최고 인기 메뉴다.

동해안을 따라 줄줄이 들어선 여러 도시에선 흔하고 저렴한 음식이지만, 먹어본 사람들에겐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제공하기에 요즘 말로 `가성비 높은` 요리가 바로 막회라고 할 수 있다.

영덕군은 바로 이 물가자미와 막회를 테마로 해마다 `물가자미-막회 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가 벌써 10년째다. 이 독특한 진미를 맛보려 영덕을 찾는 관광객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 막회, 배고픈 시절 어부들의 즉석 영양식



영덕군은 그간 `막회`를 지역의 `특별한 요리`로 자리매김 시키고자 여러 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여왔다. 영덕은 막회의 주재료인 물가자미와 청어, 전어 등이 많이 잡히는 곳이다.

그렇다면 막회는 구체적으로 어떤 음식일까? 기자의 궁금증에 영덕물가자미축제 추진위원회 관계자가 간명하고도 시원스런 대답을 들려줬다.

“알다시피 모두가 배고픈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 시절엔 영덕 어부들이 고기잡이를 나가면 제대로 차려서 밥을 먹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허기를 달래야 또 일을 할 수가 있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것이 자신들이 잡은 물가자미, 청어, 전어 등을 뼈도 발라내지 않고 썰어서 배에 있는 채소 한두 가지를 넣어 고추장에 비벼 후다닥 먹는 것이었지요. 그게 오늘날의 영덕 막회가 된 것입니다.”

듣고 보니 막회는 가능하면 많은 물고기를 잡아 식구들과 생활을 이어가야 했던 동해안 어부들의 애환이 담긴 음식이었다.

그것이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흐르면서 영덕의 전통음식으로 자연스레 바뀐 것이다. 추진위원회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가난한 시절에 먹던 음식이지만 맛이나 영양 측면에서 결코 떨어지지 않는 게 막회입니다. 바로 잡은 생선을 썰어 만든 것이니 신선한 것은 당연하고, 알다시피 막회에 들어가는 생선은 모두 자연산이라 EPA와 DHA 등이 풍부했지요.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 막회를 맛본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격식을 갖춘 일식집에서 예쁘게 썰어 장식한 회보다 막회를 더 맛있어합니다.(웃음)”

 

  ▲ `영덕 물가자미-막회 축제`를 찾은 사람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 `영덕 물가자미-막회 축제`를 찾은 사람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 채소와 초고추장… `맛있는 막회`의 친구들



영덕군 축산면 축산항엔 바로 이 막회를 맛있게 만드는 식당이 몇 군데 있다. 관광객은 물론, 지역 어부들에게도 사랑받는 식당들이다.

축산항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뼈째 먹는 생선회라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고 막회를 추켜세웠다.

영덕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나이 지긋한 노인 한 분은 여기에 이런 이야기를 보탰다.

“초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가 잡아온 청어와 미주구리로 막회를 만들어 먹곤 했는데 그 싱싱한 식감이 아직도 기억난다. 어머니가 밭에서 키우던 고추와 파, 깻잎을 뚝뚝 뜯어 넣고, 집에서 담근 고추장과 식초로 버무리면 임금님이 먹는다는 요리도 부럽지 않았다.”

축산항 어부들에게 `푸른 옷의 신사`로 불리는 청어, 집을 나간 며느리도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는 전어, `미주구리`라는 구수한 사투리가 정겨운 물가자미는 너무나 익숙한 물고기들이다.

그것들과 함께 어우러져 가난한 시절 허기를 달래주었던 막회의 재료 채소와 초고추장 역시 축산항 사람들에겐 잊을 수 없는 `지난 시절 친구들`이 아닐까.

푸른 바다 곁에서 깨끗하고 하얀 물결을 보며 살아온 영덕 사람들은 너나없이 건강해보였다.

싱싱한 해산물로 만든 막회를 비롯한 각종 요리도 그들의 넉넉한 인심과 환한 웃음을 만드는데 작지 않은 역할을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 영덕 축산항. 물가자미가 바닷바람에 건조되고 있다.  
▲ 영덕 축산항. 물가자미가 바닷바람에 건조되고 있다.

◆ 보다 내실 있는 `물가자미-막회 축제`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개최하는 축제는 어느 것 할 것 없이 소득과 관광수입 증대라는 경제적 효과와 지역 화합과 애향심 고취라는 사회적 결속, 전통의 후대 계승이라는 교육의 목적 등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다. 영덕의 `물가자미-막회 축제`도 마찬가지다.

영덕군은 “해마다 발전하는 축제”를 지향하며 국내외 축제에 대한 연구와 객관적인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 전문기관의 평가를 통해 영덕군은 ▲축제 주제와 부합하는 프로그램 부족 ▲고비용 저효율이라 지적된 연예인 초청공연 ▲전문성 있는 기획의 부재 ▲축제장과 축산항 환경 정비 부족 등의 문제점을 발견했고, 향후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을 세울 계획이다.

이와 관련 영덕군청은 “가족단위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주차 문제와 청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깨끗한 바다를 바라보며 영덕의 전통음식인 `막회`를 맛보는 즐거움. 관광객들이 그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보다 나은 축제를 만들기 위한 영덕군의 노력은 오늘도 진행 중이다.

 

  ▲ `물가자미-막회 축제`에서 맨손으로 물가자미를 잡고 있는 아이.  
▲ `물가자미-막회 축제`에서 맨손으로 물가자미를 잡고 있는 아이.



단백질·콜라겐까지… 맛도 영양도 풍부한 미주구리



영덕 막회의 재료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물가자미는 맛과 함께 영양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고, 시력 유지에 효과를 보이는 비타민 B1과 B2가 함유된 물가자미 요리에는 콜라겐과 단백질도 풍부하다.

칼슘의 흡수를 도와주는 비타민 D도 적절하게 담고 있어 중년 여성들의 고민인 골다공증에도 일부 효과를 보인다. 물가자미 껍질의 콜라겐 성분은 피부를 젊게 유지하는데 좋다고 알려졌다.

또, 칼로리가 낮아(116kcal/100g) 소화가 잘 되고 비만 등의 성인병도 예방한다. 일부 여성들 사이에선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인기가 높다. 이외에도 “혈액 순환을 잘 되게 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는 학계의 보고도 있었다.

물가자미는 `동의보감`에도 그 효능이 기록돼 있다. “성질이 순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어 허약함을 보충하고 기력을 회복하게 한다”는 것.

물가자미는 `약선(藥膳·약이 되는 음식) 한상 차림`으로도 이름이 높다. 포공영(蒲公英·국화과의 민들레 혹은, 동속 식물의 전초를 말린 약재)과 함께 먹으면 변비와 생리불순에 효과를 보이고, 천년초 등 비타민 C 함유량이 높은 재료와의 궁합도 좋다.

물가자미 막회나 구이 등을 먹은 후에는 성질이 순한 한약재로 끓인 한방차를 곁들이면 노화 방지에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물가자미는 경북 동북부 지역의 토속적인 먹을거리인 발효음식 `밥식해`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싱싱한 바다 생선을 뼈째 넣어 밥과 엿기름 등에 발효시켜 먹는 밥식해는 숙성과정에서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글루탐산, 리신, 트레오닌과 필수지방산 등이 풍부한 영양식품이 된다.

영덕 지역에서는 옛날부터 노인이나 아이가 지치고 입맛을 잃었을 때 밥식해를 먹이곤 했다. 새콤한 맛과 매운 맛 등이 조화된 이 음식은 피로를 풀어주고, 소화를 도와 입맛이 돌아오게 한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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