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반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아베 같은 일본 극우파 정치인들의 역풍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본의 잘못이고 그들의 문제일 뿐이다. 일본이 반성을 모른다 해도 그들이 수치스러울 뿐이다. 신은 무엇이 부끄럽고 그렇지 않은지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인간에게 주셨기 때문이다.

인간은 언제든 실수할 수 있는 약한 존재다. 중요한 것은 그런 실수의 희생양이 되지 않는 것이고, 그러려면 강해져야 한다. 우리가 증오해야 할 것은 `노력하지 않는 것`이다.

배울 것이 있다면 일본이라고 해서 제외시킬 필요는 없다. 일본 주가지수인 닛케이225는 지난 5년간 142% 상승했다. 매년 20%가량 상승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성과를 아베노믹스(Abenomics)로 돌리지만 그런 것은 처음부터 없었다. 경제를 정책에 의해 근본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면 얼마나 쉽겠는가. 일본의 역량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났을 뿐이다.

일본에서 먼저 배우고 싶은 것은 로봇 기술이다. 인구가 가장 먼저 노령화된 곳이므로 노동력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이 가장 먼저 상용화됐다. 일본에서는 로봇이 양호선생님 노릇을 하며, 심지어 절에서도 로봇이 서비스한다.

사람은 늙으면 자신만 일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돌봐야 하는 젊은이들의 일손도 빼앗아 간다. 이런 문제는 이제 일본을 넘어 전 세계의 고민거리가 되었다. 미국인들의 경제활동참여율은 63%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간호사 평균연령이 50세에 이르고, 힘을 써야 하는 건설근로자 평균 연령은 40세에 이를 지경이다. 이런 로봇의 수요 증가를 반영해 로봇산업 관련 주가지수(Global Robotics and Automation Index)는 2009년 초반 이후 400%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이 178%, MSCI world index가 114% 오른 것에 비해 폭발적인 상승이다. 관심을 받은 것에 비해 아직 로봇 산업의 저변이 커지지는 않았지만 이제부터 가속페달을 밟을 전망이다. 그 배경에는 양자컴퓨터처럼 연산능력을 혁신적으로 개선해 인공지능을 한 단계 끌어 올려 줄 기술도 포함돼 있다.

세계 10대 로봇업체 가운데 5개가 일본 업체다. 야스까와(Yaskawa) 같은 기업은 관심을 가져 보자. 한국에서는 미래컴퍼니 같은 곳이 로봇산업에서 얼마나 성장할지 주목해 볼만 하다.

이제 배워 볼만한 일본의 문화를 알아보자. 첫째 사람 중심적이다. 그래서 창조경제에 적합하고, 지금의 저성장 국면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예전에 일본 도요타 공장을 방문했을 때 생산직 기능공을 만난 적이 있다. 그의 급여는 현대차 생산직에 비해 크게 높지 않았다. 일본의 높은 물가를 감안할 때 오히려 더 낮은 수준일 수도 있지만 그는 만족해 보였다. 그는 “도요타에 들어와 진정한 기능공이 되었다”고 말했다. 도요타 내에 수 많은 비공식 조직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R&D, 생산, 마케팅 등 다양한 사람들이 직급에 상관없이 모여 자신들의 지식을 공유하며 공부를 한다. 그 과정에서 이 기능공도 회사 전체를 이해하게 되었고, 비록 생산직 기능공이지만 회사 전체적인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낸다. 도요타는 이런 아이디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 아이디어로 뭉쳐진 기업이다. 지속 성장을 가능케 하는 힘이 여기서 나온다.

둘째, 마케팅 중심적이다. 일본 기업들은 늘 생산라인을 가볍게 유지한다. 고객들의 취향이 바뀌면 언제든 제품을 바꿀 수 있다는 태도다. 요즘 대세인 스마트(smart)의 의미를 “소비자가 가려운 데를 긁어줘서 수요를 유발시키는 것”으로 해석할 때 왜 일본기업들이 회생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할 때 한국기업들을 보면 응급실에 와 있는 기분이 든다. 조금 있으면 영안실로 바뀔지 모른다. 더 늦기 전에 젊은 기업들을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고개를 숙여서라도 일본에게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