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알려주는 건강 Tip 감기만큼 흔한 마음의 병, 우울증

▲ 이근아 진료과장<br /><br />건강관리협회 대구지부 건강검진센터
▲ 이근아 진료과장 건강관리협회 대구지부 건강검진센터

우울한 기분은 정상적인 반응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우울감이 생각을 지배해 마치 선글라스를 낀 것처럼 세상이 온통 어둡게만 보이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태에 빠져든다면 정상적인 우울감과 구분해야 한다. 이러한 증상을 `우울증`이라 부른다.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고 의욕과 흥미가 떨어지는 증상이다. 불면증과 같은 수면 장애를 겪거나 식욕 저하, 부정적 사고, 지나친 죄책감을 유발하고 더 나아가 자살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과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우울증은 왜, 어떤 사람들이 걸리는 것일까?

지난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년간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은 61만명에 이른다.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다. 누구나 경험할 만큼 흔하고 당연한 감정이란 뜻이다.

우울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과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 병이다. 우울증에 기여하는 생물학적, 사회환경적, 유전적 요인들이 밝혀지고 있고 2개월 이내 초기 완쾌율이 70~80%에 이르는 질환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치료 방법은 정신치료와 약물치료가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우울증 환자의 증상과 신체 상태, 환자의 선호도 등을 고려해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한다.

먼저 정신치료는 크게 지지정신치료와 정신분석으로 나뉜다. 지지정신치료는 환자가 자아를 회복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정신분석은 무의식적 갈등을 치료자와 환자가 함께 탐색해 환자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학습된 부정적 정서, 즉 외부 상황에 대해 비논리적 추론과 왜곡이 반복돼 생기는 부정적 예측과 이로 인한 불안, 우울을 인지하고 수정해 나가는 인지행동치료, 대인관계치료 등을 함께 시행한다.

가벼운 우울증은 상담만으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지만, 중증 이상의 우울증은 약물치료가 필수적이다. 특히 최근에 개발된 항우울제는 세로토닌을 증가시켜 우울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한다. 부작용도 거의 없어 증상을 안전하게 개선할 수 있다. 대부분 항우울제와 함께 정신치료를 병행하는데 이는 우울증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감을 개선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자기관리법은 운동이다. 지속적인 운동요법이 항우울제 수준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근육 이완에 도움이 되는 스트레칭이나 요가를 추천한다.

계절성 우울증의 경우 광 치료가 도움이 된다. 이때 2500룩스 이상의 특수전등을 최소 2주 이상 사용하는 방법을 권장한다. 독서 치료와 아로마요법 등도 도움이 되지만 힘들 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는지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리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었지만, 심리적 문제에 대한 대처만큼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미흡하다. 내면의 감정에 귀를 기울이고 언제든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비로소 탈우울의 희망이 시작될 것이다.

우울증 치료를 마치는 날 반드시 환자에게 하는 질문이 있다. “우울증이 없었다면 좋았겠지만 우울증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입니까?”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모든 환자들이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새로운 나를 찾은 기분입니다. 사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습니다. 가족의 소중함까지 깨달았습니다.” 몸에 난 상처는 때로 흉터를 남기지만 마음의 상처는 성장이라는 보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