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사 오현 스님 법문

“모든 종교인의 생명은 화두다. 그래서 선사들은 안부를 주고받을 때 화두가 성성한가? 화두가 깨어 있는가라고 묻는 것이다.”

신흥사 조실(祖室·사찰 최고 어른인 큰스님을 이르는 단어) 오현<사진> 스님의 하안거(夏安居) 해제법문이 불교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8일은 100여 개의 조계종 선방에서 석 달 동안 이어진 선승들의 하안거가 끝나는 날이었다. 이날 강원도 속초 신흥사에서는 하안거에 참여해 수행을 마친 승려들이 오현 스님의 하안거 해제법문에 귀를 기울였다.

하안거(夏安居)란 승려들이 여름 한철 동일한 공간에 머물며 수행에 전념하는 것을 지칭한다. 음력 4월 보름 다음날부터 7월 보름까지 진행된다. 이 시기는 날씨 등의 영향으로 외부에서 수행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비를 피하려다 수풀과 벌레를 다치게 할 위험성도 있어 승려들은 외출을 삼가고 한곳에 머물며 참선으로 궁극에 이르고자 노력한다.

`하안거 해제법문`은 말 그대로 하안거를 마친 승려들이 부처의 가르침과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길을 고민하고 논의하는 것이다.

오현 스님 역시 하안거에 참여해 백담사에서 석 달 동안 하루 한 끼만을 제공받으며 수행정진했다. 신흥사는 하안거 해제 하루 전에 오현 스님의 해제법문을 배부했다.

“지난 결제(하안거 첫날) 때 스님들의 화두는 무엇인가. 무(無)자 화두인가, 본래면목인가. `뜰 앞의 잣나무`인가. 굳이 알 필요가 없다. 이 모두 천 년 전 중국 선사들의 산중문답이다”라고 서두를 꺼낸 오현 스님은 법문을 통해 `살아있는 말`과 `죽어있는 말`이 어떻게 다르냐의 문제를 재기했다. 선승들의 화두가 지난 시대에 머무르고 있는지, 현재의 문제인지 돌아보라는 것이었다.

이 문제의식을 심화시키기 위해 오현 스님은 예전 자신의 기억을 들려주기도 했다.

“일생 참선만 하며 존경받던 노 스님이 어린 시절의 내게 `화두를 들고 공부하다가 죽어라`고 당부했다. 그때는 `예`라고 답했지만 그게 말이 되는가? 참선해 깨달으면 깨달음의 삶을 살아야지 참선만 하다가 죽으라고? 지금 생각하면 그 노 스님은 고대 중국 선승들의 화두에 중독된 것이 분명하다.”

이어 오현 스님은 우리나라엔 깨달은 선승들은 적지 않지만, 깨달음의 삶을 살아가는 선승들은 만나기가 어렵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불심의 근원은 중생심이다. 중생이 없으면 부처도 필요 없다. 환자가 없으면 의사가 필요 없는 것과 같다. 의사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병을 치료해야 한다. 부처는 중생과 고통을 같이 해야 한다”고 법문을 이어간 오현 스님은 “우리 시대의 아픔들이 선승의 화두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성식기자

    홍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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