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희선<br /><br />숙명여대 교수·기초교양대학·정치학박사
▲ 신희선 숙명여대 교수·기초교양대학·정치학박사

광복 72주년을 맞아 다시 생각해 보는 한일관계, 어떻게 과거를 딛고 양국의 미래를 열어갈 것인가?

최근 일본의 행보를 보면 우려할 점이 잠재해 있다. 2017년 일본 방위백서는 안보위기를 강조하고 꾸준히 군비를 증강시키고 있는 기조를 보여주었다. 북한과 중국의 군사적 위협과 아태지역의 불안정을 이유로 계속해서 방위력을 확대하고 있다. 국방예산도 증액하여 올해는 5조1천251억엔에 이르고 있다. 또한 지도에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해와 영공으로 설정하고 한국과 미해결된 영토문제라고 하였다. 우리 정부가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항의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있다.

아베 정권이 출범한 이래 일본은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더구나 8월 3일 개각으로 등장한 고노 다로 신임 외상은 `고노 담화`를 발표했던 그의 아버지와는 달리, 아베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2015년 한일간의 합의가 불가역적이라고 하였다. 고노 외상은 이 합의를 착실히 실행해 나가자고 하면서 “안보는 물론 경제와 다른 측면에서도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고 새 시대의 일한관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하였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미·일이 공동으로 대응하고 협력해 가기로 악수를 나누었지만 한일간의 거리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당장 보더라도 일본과의 관계에는 걸림돌이 존재한다. 박근혜 정부가 맺은 위안부 합의 문제가 그것이다.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은 물론 많은 국민이 공감하지 못하고, 국제사회도 피해자 구제와 진실 규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하였다. 한국인은 위안부와 독도 문제에서 일본 태도에 진전이 있어야 미래 지향적인 한일관계를 논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한편 일본인은 한국이 너무 과거에 얽매여 있다고 본다. 그야말로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 문화의 특징을 `국화`와 `칼`의 이중성으로 묘사하였다. 일본인의 의식구조와 행동 동기가 기회주의적이라는 것이다. 평화시에는 국화의 모습으로, 그러나 자신들의 힘을 과시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언제든지 칼을 빼들 수 있는 나라임을 지적하였다. 일본 식민지 경험이 있는 우리는 국제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일본의 본질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통사(韓國痛史)`는 일본이 한국을 점령하기 위해 조선을 문명화시키고 구원해 준다는 말과는 달리, `속임수`를 써서 그들의 이익을 취하였음을 기록하고 있다. 박은식 선생의 뼈아픈 지적처럼, 세력과 당쟁에 몰두하여 자강사업에 힘쓰지 않아 멸망에 이르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를 속이고 기만하지 않도록 변화하는 열강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동시에 적어도 외교문제에 있어서는 내적으로 통합된 목소리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당면한 과제 가운데 한일관계를 상호호혜의 관점에서 풀어가는 일은 고난도의 숙제다. 힘의 논리가 지배적인 국제관계에서 우리가 어떻게 판단하고 움직이는 것이 미래에도 바람직한지 고민이 시작되었다.

“국제 조약은 전부 자기 나라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므로 우리나라가 자주 자립의 실력 없이 외국의 감언이설을 믿고 안심하는 것은 스스로 패망을 재촉할 따름이다” “자신들의 권력만 알고 나라의 흥망은 무관심한 것이 우리나라 사람의 특성이다” 상해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을 지낸 박은식 선생은 `한국통사`에서 조선이 국권을 잃게 된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이렇게 지적한다.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독립하고 해방된 날을 기념하는 제72주년 8·15 광복절을 맞이하며,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일본 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통해 우리가 배우고 깨달아야 할 금과옥조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