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불신·불안감 더해

“혹시나 싶어 일련번호를 비교해봤더니 우리집 냉장고에 쌓아둔 달걀이 살충제 농장 제품이었다니까요!”

시민 정모(47·북구 죽도동)씨는 17일 오전 뉴스를 보고 안절부절못하지 못했다. 지난 12일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달걀이 살충제를 사용한 농장에서 생산된 상품이었다. 그는 이미 30알 중 10알을 먹었다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정씨는 “살충제 달걀 사태로 전국이 시끄럽지만 우리 지역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 안심했는데 유통업체의 공급시스템을 확인하고 나니 너무 혼란스럽다”며 “그동안 살충제 달걀을 먹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 벌써 먹어버렸는데 어떡하나? 몸에 이상은 없겠나?”라고 되물었다.

국내 대형마트 중의 하나인 홈플러스가 판매한 달걀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데 이어 경북 산란계 농장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나와 시민들이 혼란에 빠졌다. 경북지역 제품도 `살충제 달걀` 목록에 포함되면서 사실상 전국에 살충제 안전지대는 없다는 분위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홈플러스에서 판매한 자체브랜드(PB) 상품인 `신선대란(11시온)`에서 비펜트린 살충제가 기준치의 두 배 이상 초과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홈플러스가 주로 경북지역 농가에서 계란을 공급받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지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현재시점에서 살충제 달걀 코드는 더이상 의미 없다는 불만까지 나온다. 유통업체의 공급시스템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달걀이 유통되고 있는 만큼 사실상 모든 계란이 위험하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실제로 전국에 점포를 둔 대형 유통업체들은 대부분 여러 곳의 산란계 농장으로부터 계란을 공급받고 있다. 경북이나 충남 등지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이 서울지역 점포에서 판매되기도 한다.

주부 양모(34·남구 이동)씨는 “비싼 돈 주고 달걀을 샀더니 살충제를 덤으로 받은 기분”이라며 “전국 곳곳에서 생산된 살충제 달걀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마당에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친환경 제품은 물론 달걀 자체에 불신이 생겼다”고 불쾌감을 내비쳤다.

정부는 지난 16일 적합 판정을 받은 243개 농장의 달걀에 대해 출하 재개를 허용했다.

이날 오후부터 포항지역 이마트와 롯데마트, GS25 등도 이 농장들의 달걀에 한해 판매를 재개했다.

이마트 포항이동점 관계자는 “거래하고 있는 산란계 농장 중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통보받은 농장 제품으로 판매대를 채운 상태다. 아직 전체 제품 중 20%가량이 결과가 나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대형마트 3사 중 홈플러스만이 달걀 판매를 재개하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판매를 재개하지 않고 정부의 조사결과를 신중하게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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