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돈의 죽음은 종교적 순교인가 법흥왕이 기획한 정치적 사건인가
이차돈의 죽음은 종교적 순교인가 법흥왕이 기획한 정치적 사건인가
  • 윤희정기자
  • 등록일 2017.08.17 21:28
  • 게재일 2017.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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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홍성식 지음KMmedia(경북매일신문) 펴냄
▲ 경주시를 내려다보고 있는 삼릉계곡 마애석가여래좌상(磨崖石迦如來坐像). 높이가 9m에 육박하는 이 웅장한 불상을 통해 신라가 부정할 수 없는 `불교왕국`이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신라는 한반도를 통일한 우리나라 최초의 왕국이었다. BC 57년 건국 이래 992년간 56대 왕에 걸친 천년 왕조를 이어온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왕국이었다.

시인이자 일간지 기자인 저자 홍성식씨는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KMmedia 펴냄)에서 신라시대 불교순교자 이차돈(異次頓·506~527)의 순교는 부족 연합체인 신라가 왕권 중심 국가가 되어 가는 과정의 한 상징으로 자리잡는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주장을 위해 저자는 삼국유사, 삼국사기, 해동고승전 같은 고전 문헌을 비롯해 역사와 종교에 관한 최근의 논문들을 전수하다시피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잭슨 브라운 주니어, 춘원 이광수, 미당 서정주, 가스통 바슐라르, 마르크스, 만델라 등의 사례를 들면서 이차돈 순교에 담긴 의미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이밖에도 이차돈 머리가 떨어졌다는 백률사 대숲, 신라인들이 신성시한 천경림 안에 있었다는 흥륜사 절터, 이차돈 제사를 올렸다는 소금강산 정상, 이차돈 순교비가 있는 국립경주박물관 등을 현장 답사하면서 이차돈 순교의 수수께끼를 풀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고대와 현대를 넘나들며 이차돈의 순교가 신라에 가져다 준 의미를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27년 신라의 불교 공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차돈의 죽음이 신라가 불교를 받아들이는 계기 정도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넓게는 신라를 토속 신앙에 바탕을 둔 고대 사회에서 세계사적 보편 질서(보편 종교, 공통 문자, 중앙 집권제 등)에 편입시키는 혁명적 사건으로 새길 수도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과히 고대사이면서 현대사이고 지역사이자 보편적인 종교문화사를 복원하는 대규모 작업이 되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철화 문화평론가는 “현대인의 눈으로 보자면 신라사는 경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일 수도 있다. 반면 그럼에도 이차돈의 순교 설화는 불교 전래의 종교사이자 지금도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종교의 문화사이다. 불교는 우리 문화의 한 핵심이어서 이차돈의 순교를 찾아가는 일이란 우리의 정신과 삶의 기원으로 거슬러 오르는 것이기도 하다”고 추천의 글에서 적고 있다.

이경재 문학평론가는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이차돈 죽음의 진정한 정체에 대해서이다. 과연 이차돈의 순교는 이차돈 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순교인가, 아니면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한 법흥왕에 의해 기획된 정치적 죽음인가? 저자는 쉽게 답을 주기보다는 그 의문을 극한까지 반복적으로 밀어붙임으로써 독자에게 사유의 폭을 최대한으로 확장시키는 문학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자 홍성식
▲ 저자 홍성식

책은 1장 스물한 살 청년의 죽음에 얽힌 의문들, 2장 이차돈과 법흥왕에 관해 당신이 궁금한 것들, 3장 흥륜사, 그 옛 모습은 사라졌지만, 4장 불어오는 바람에 백률사 대숲이 울었다, 5장 신라인들은 `젊은 순교자`를 그리워했다, 6장 불교, 신라의 토착 종교와 갈등을 겪다, 7장 신라 왕조의 기틀을 닦은 법흥·진흥·진지왕, 8장 심층 인터뷰 - 소설가 김성동, “이차돈과 법흥왕을 이야기하기 전, 스스로를 돌아봐야”, 9장 천경림, 비밀과 혼란으로 술렁였던 숲, 10장 이차돈이 꿈꾼 `화엄의 길`은 언제 열릴까, 부록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 이차돈과 법흥와이 살던 옛 신라길 등으로 구성됐다.

저자 홍성식(47)씨는 2005년 문예지 `시경`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고 시집 `아버지꽃`, 영화 에세이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여행기 `처음, 흔들렸다`, 정치 칼럼집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등 몇 권의 책을 썼다. 현재 경북매일신문 기획특집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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