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엑스포 국제행사기념공원 기념전시실 설계 맡은 일본 쿠마 켄고 씨<bR>한·중·일 합작으로 12월 준공<bR>엑스포 20년 역사·성과 한눈에
지난 1998년 1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20년 역사와 성과를 한눈에 보여주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국제행사기념공원이 한·중·일의 합작으로 완성된다.
오는 12월 준공예정인 국제행사기념공원은 우리나라 건축디자인 회사가 설계를 담당하고 중국인 우디(대구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 작가가 전시파트에 참여해 로비 상징 조형물 `문자의 숲` 작업을 진행한다. 특히 현대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쿠마 켄고가 기념전시실 설계에 참여함에 따라 한·중·일의 합작 건축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9일 국제행사기념공원 기념전시실을 설계한 쿠마 켄고(64·도쿄대학 건축학과 교수)로부터 그의 건축철학과 국제행사기념공원 전시실의 콘셉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크고 화려한 건축보다는 작은 건축을 지향한다고 하는데 `작은 건축`의 의미는 무엇인가.
△역사적으로 건축은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역할로 강한 건축이 추구돼 왔지만 한신대지진, 3·11대지진 등 엄청난 자연의 힘을 경험하며 건축의 강함은 자연 앞에서는 약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건축가로서 그런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자연에 맞서는 강한 건축이 아닌,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건축을 지향하게 됐다. 작은 건축이라고 해서 단순히 크기가 작은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인간이 다룰 수 있는 적당한 단위를 가진 재료와 단순한 자연소재를 쓰는 것을 넘어서 장소와의 행복한 관계를 통해 자연스러운 건축을 추구한다.
-세계적으로 쏟아지는 설계의뢰 속에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국제행사기념공원 전시실 설계에 응한 이유는 무엇인가.
△국제행사기념공원 전시실은 건축규모로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작은 공간이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 싶었다. 내가 디자인하게 된 영역은 사방이 열린 공간으로 새로운 국제행사기념공원의 마당과 같은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 한 동의 전시관을 디자인함으로써 열린 공간과 닫힌 공간에 대한 고민과 기존 디자인과의 조화관계와 더불어 건물의 상징성을 부여해야 하는 복합적인 고민에 도전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
-국제행사기념공원 전시실의 전반적인 건축 콘셉트와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국제행사기념공원 전시실 설계를 진행하면서 경주의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에 대해 공부했다. 그 중 가장 이목을 끌었던 것이 경주 양남면 주상절리와 대릉원이었다. 일반적인 주상절리는 보통 지표면에 수직으로 발달하지만 한국의 경주에서만 볼 수 있는 주상절리는 수직이 아닌 수평 방향으로 대규모로 분포돼 있었다. 그리고 경주 대릉원의 신라 고분군은 거대하지만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것에 주목했다. 지표면에서 수직이 아닌 수평 또는 경사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착안해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전시관 설계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지면과 건축물이 통합되는 특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대릉원 고분군처럼 경사를 둬 벽면을 계획했고 바닥부터 전시실의 경사벽까지 가장 작은 단위의 재료(화산석)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이어 부분이 전체를 이루도록 했다.
-설계한 건축에서 나무와 자연이 빠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번 설계에도 반영된 부분이 있다면.
△내 건축철학은 건축이 위치한 지역과 문화, 장소성 등을 재해석해 단순한 자연소재를 쓰는 것을 넘어서 장소와의 행복한 관계를 통한 자연스러운 건축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국제행사 기념공원의 전시관에서는 화산석, 벽면 녹화 등에 내가 생각하는 자연관이 반영돼 있다. 지면위에 건물이 세워지고 분리하는 개념이 아닌, 지면이 건물이 되고 건물이 지면이 돼 상호 이어지는 것(소통)에 대한 생각을 반영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주도 L리조트 프로젝트에서 사용한 제주석(화산석)이 나에게는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인공을 가하지 않은 자연석을 사용했고, 돌을 중시한 한국에서 그 지역의 돌을 사용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큰 경험이며 즐거움이었다. 이번에 경주라는 장소에서 지역의 특성을 건축으로 표현하고 화산석을 판재로 가공해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행복했다. 향후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주며 사람을 압도하지 않고 슬며시 감싸 안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기대해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