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위대한 여정
배철현 지음
21세기북스 펴냄·인문·2만2천원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가?”

서울대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는 이 근원적 질문에 답하기 위해 137억 년 전 우주의 탄생부터 1만 년 전 현생 인류까지 그 전개 과정을 `인간의 위대한 여정`(21세기북스)에 담았다.

도구의 사용, 예술의 탄생, 종교의 기원 등 인류가 이룩한 혁신과 창조의 순간들을 하나하나 파헤치면서 그것을 가능케 한 원동력을 추적한다.

배철현 교수는 진화생물학, 고고학, 인류학 등 학계 최신 연구 결과뿐 아니라 종교와 예술에서 말하는 인간 존재의 의미, 그리고 고전문헌학, 철학에서 찾은 인문학적 통찰에 이르기까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린다.

배 교수는 호모 사피엔스 이전 원시 인류의 정신사를 추적한다. 우리는 흔히 인류가 원전 1만 년 농업을 발견하고 정착생활을 하면서 도시와 문화, 문자나 종교와 같은 인간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특징들이 생겨났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는 6백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인류 문명 발전의 시나리오를 완전히 뒤집는다.

그는 문명과 문자, 종교 등 눈에 보이는 인간의 현상 이면에는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보이지 않는 문법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문자와 언어가 발명되기 이전에 인간은 이미 타인을 수용하고 배려할 줄 아는 `영적인 인간`이었고, 도시와 문명의 탄생 이전에 나를 넘어 공동체를 생각하는 `더불어 사는 인간`이었으며, 종교가 생기기 이전에 이미 인간은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묵상하는 인간`이었다. 배 교수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인간의 궁극적인 조건이 `이타적 유전자` 즉 인간에 내재된 `이타심`이라고 말한다.

배 교수는 우리가 진정한 의미의 `인간`이 된 시점이 3만천년 전, 인간이 `깊고 어두운 동굴로 홀연히 들어간 순간`이라고 말한다. 이때부터 인간은 동굴 벽에 그림을 그리고, 죽은 동료를 위해 무덤을 꾸미는 등 생존과 전혀 상관없는 행위를 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일상과 단절된 `구별된 공간`을 구축하고, 적자생존의 삶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세계`를 희구하며, 그렇게 상상한 것들을 상징 언어와 예술작품으로 구현했다. 더 나아가 자신의 존재 의미에 대해 숙고하며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미래를 계획했다. 이 순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로 도약했다. 그들이 성찰과 묵상을 통해 발견한 것은 우리 안에 숨겨진 위대함이었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의 존재 이유와 삶의 목적을 묻는 존재다. 이 근원적인 물음은 우리 내면에 잠재돼 있는 `이타적 유전자`를 깨운다. 그리고 이 이타심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든다. 배 교수는 이 책을 읽는 목적이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로 점철된 사회에서 오늘도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삶의 지표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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