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휘소 평전
강주상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평전

20세기 입자 물리학의 금자탑을 쌓아 올린 위인들 중 한 사람으로 인정받았던 이론물리학자 고(故) 이휘소(1935~1977) 박사의 40주기(16일)를 맞아 `이휘소 평전`(사이언스북스)이 복간됐다.

수많은 노벨 물리학상 수상에 핵심적인 공헌을 하며 `노벨상 메이커`라고 불리던 이 박사는 `한국이 낳은 천재 물리학자`를 넘어 20세기 세계 최정상급 물리학자들의 귀감이자 롤 모델이었다. 최근에는 2012년 발견됐던 힉스 입자의 이름을 명명한 사람 역시 이휘소 박사라는 사실이 밝혀져, 학계에서 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이휘소 평전`은 이휘소 박사의 제자였던 고(故) 강주상 전 고려대 물리학과 명예교수가 펴낸 책이다. 2006년 처음 출간됐으나 현재는 절판됐던 것을 새롭게 펴냈다.

저자는 이휘소 박사의 가족과 친구, 동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얻은 자료와 이휘소가 어머니에게 보냈던 100여 통의 편지, 이휘소와 다른 학자들 간 서신 왕래 파일 등을 토대로 당대 최고 수준의 이론물리학자로 평가받던 이휘소 박사의 삶을 복원해냈다.

책은 크게 6부로 구성된다. 1~3부에서는 물리학자로 성장해 나가는 이휘소의 모습을 다룬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한국 전쟁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이휘소는 전과가 불가능한 한국을 떠나 물리학을 전공하기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경제적, 문화적 어려움을 극복하며 꿋꿋이 물리학의 길을 걷는 그가 결국 `상아탑 인간`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담겨 있다. 특히 5장 `소립자 물리학이란`은 앞으로 이휘소의 생애와 업적을 따라가기 위해 필요한 입자 물리학의 기초 지식을 다룬다. 후학 양성을 위해 노력해 온 강주상 교수가 직접 친절하게 설명함으로써 일반 독자들도 어려운 전문 지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4부 `스토니 브룩 시절`은 유력한 노벨상 후보이자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만든 `노벨상 메이커` 이휘소를 보여준다. 11장 `스토니 브룩 시절`에서 이휘소는 공간 반전 대칭의 깨짐에 관한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양진녕의 권유를 받고 스토니 브룩 대학교 교수로 부임한다. 이곳에서 게이지 이론에 관한 그의 연구가 시작됐다.

12장 `게이지 이론`에서는 게이지 이론의 재규격화 문제로 고심하던 헤라르뒤스 토프트와 마르튀니스 펠트만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노벨 물리학상을 안긴 일화가 소개된다. 13장`노벨상 메이커`에서는 그가 `노벨상 메이커`로 불리게 된 또 다른 일화가 소개된다. 재규격화 문제는 표준 모형을 완성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재규격화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그저 하나의 가설로만 치부됐던 스티븐 와인버그의 논문 `경입자 모형`은 이휘소와 토프트의 문제 해결 이후 궁극적 이론인 표준 모형으로 각광받게 됐다. 더불어 와인버그와 같은 수준에 도달했으나 인정받지 못했던 압두스 살람 역시 이휘소가 재조명해 표준 모형은 곧 `와인버그-살람 모형`으로 불렸다. 살람은 곧 업적을 인정받아 1979년 와인버그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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