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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권과 사법권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7-02-08 02:01 게재일 2017-02-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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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숨쉬기 갈망하는/너의 지치고 가난한 이들을 내게 보내다오/…. 집 없고 세파에 시달리는 이들을 내게 보내다오/내 황금의 문 옆으로 등불을 들어 올리리라.” 미국 뉴욕항에 서 있는 `자유의 여신상`에 새겨진 문장이다. 1876년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서 프랑스가 미국에 선물한 작품으로, 이 조각상을 돌아보지 않는 관광객은 없다. 자유와 평화, 그리고 국가간 우호를 상징하는 횃불을 높이 치켜든 미국의 랜드마크이며 세상 온갖 민족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미국임을 상징한다.

독일의 유력 주간지 `슈피겔` 최근호 표지 그림이 충격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자유의 여신상 머리`를 치켜들고 서 있고 한 손에는 피 묻은 칼이 들려져 있으며 `미국 우선`이란 글도 있는데 자유와 세계평화와 국가간 우호를 트럼프가 `참수`했다는 뜻이다. 쿠바에서 이민 온 한 만화가의 그림으로 “미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 서명은 바로 자유의 여신을 죽인 것”이라 했다.

시애틀 연방지방법원 제임스 로버트 판사가 요즘 뉴스의 초점으로 부상한다. 워싱턴 주정부가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자 그는 즉시 “이 행정명령을 미국 전역에서 일시 중단하라”란 결정을 내렸다. 미국에는 그냥 지방법원이 있고 연방법원이 지방에 세운 법원이 있는데 이 지방의 연방법원이 내린 결정의 효력은 전국에 미친다. 따라서 7개 이슬람 국가 국민들은 입국금지가 풀려서 미국행 비행기를 타게 됐다. 트럼프는 뿔이 났다. 트위터에 “일개 판사 주제에 미국의 법집행을 뺏았다. 터무니 없는 판결이며 곧 뒤집힐 것”이라 썼으며 “그 때문에 불량하고 위험한 자들이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올지 모르는 끔찍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3권이 명확히 분립된 나라에서 `행정명령`과 `사법 결정`이 박치기를 하고 있다. 이 힘겨루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하다. 우리나라도 대통령의 탄핵 여부가 헌법재판소 판사들의 결정에 달려 있으니 남의 일로 보이지 않는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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