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이 연중행사처럼 들이닥친다. 수많은 가축들이 살처분되고, 막대한 국가예산이 낭비된다. 살처분에 동원된 사람들은 한동안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비명을 지르는 가축들의 참상을 오래 보고 있으면 꿈에도 그 소리가 들려 잠을 설치고 몸서리를 친다. 지금 AI가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다.

제주도를 빼고 전 지역이 뚫렸다. 이번 조류독감은 독성도 세고 전파속도도 빠르다고 한다. 병원균도 해마다 진화하는 것이다.

지난달 16일 해남에서 처음 신고된 AI는 한 달만에 7개 시·도, 26개 시·군으로 퍼졌고, 부산 경남과 경북 마저 뚫리면서 전국에 확산됐다. 철새도래지에는 예외 없이 AI가 퍼진다. 미리 대비를 했지만 번지는 속도를 당하지 못했다.

2014년에는 190일간 1천400만마리를 살처분했는데, 올해는 이미 2천만마리를 육박하고 있다. `심각` 단계를 선포하면, 정부가 사료공장, 도축장 등을 폐쇄할 수 있고, 닭고기를 파는 전통시장을 폐쇄할 수 있다. 가축 운반차량에 바이러스가 묻어 먼 거리까지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긴급 AI백신 접종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는 백신을 쓰고 있다. 살처분으로 수습이 안 될 때 최후의 수단이다.

정부는 살처분으로도 뚫리자 `링백신`을 검토하고 있다. 발생농가에서는 살처분하고 그 주변 마을은 원형으로 백신을 놓는 방법이다.

그러나 철새들이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백신을 놓아도 효과가 없을 수도 있으니 실효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지난해 돼지구제역 때 백신을 놓았지만 그 효과가 의심스러웠다. 결국 사후(事後)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근본 처방은 무엇인가.

그 답은 `동물복지 축산농장`에 있다. `가축공장`과 전염병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동물공장에서는 1㎡당 20마리를 키운다. 밤에 불을 켜놓아서 계속 먹고 알을 낳게 한다. 공장의 닭들은 살아 있는 날까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닭들은 부리가 잘려나간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제 깃털을 물어 뽑고 다른 닭들을 쪼아대기 때문이다.

이런 공장의 닭들은 면역력이 저하되어서 질병에 잘 걸린다. 철새가 오고 AI가 도는 계절이 되면 가장 취약한 닭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동물복지 농장`은 건강하게 잘 버틴다. 1㎡에 7마리 정도로 제한하고, 환기시설을 잘 갖추고, 밤에 불을 켜지 않고, 부리를 잘라낼 필요도 없다. 자연상태에서 자라는 닭이어서 면역력도 강하다. 동물복지 농장 인증을 받으려면 80가지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그러니 거기서 생산된 닭과 계란의 가격은 훨씬 높다. 동물복지를 생각하는 농가를 늘리는 것이 가축전염병을 퇴치하는 최적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