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부터 5만원 이하 결제시 무서명거래<bR>부정사용 등 문제 발생하면 책임소재 불분명<bR>사용자가 꼼꼼히 확인해야 피해 막을 수 있어
#1. 직장인 김모(43·포항시 북구 용흥동)씨는 최근 거주지 인근 술집에서 지인과 가벼운 술자리를 가진 후 계산대에서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가게 주인은 카드단말기에 카드를 읽힌 뒤 김씨에게 영수증 없이 카드만 돌려줬다. 이에 김씨가 “얼마 나왔나요?”라고 묻자 주인은 “4만8천원입니다”라고 대답했고, 김씨가 “그렇게 많이 나올 리가 없을텐데요”라고 반문하자 주인은 그제서야 “계산에 착오가 있었네요. 3만원입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2. 가정주부 최모(51·여·남구 대도동)씨는 동네마트에서 간단한 식재료를 구입할 때도 계산시 영수증을 꼼꼼히 챙긴다. 이러한 최씨의 습관은 가계부를 작성하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카드명세서와 실제 이용내역에서 누락된 부분이 발생할 경우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씨는 “요즘 계산 후 영수증을 주면 버려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아직도 영수증을 달라고 요구하는 편”이라며 “모든 것이 다 필요해서 만들어진게 아니겠나”고 말했다.
지난 8월부터 확대 실시된 신용카드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로 인해 곳곳에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여신금융협회는 7월말 국내 8개 카드사와 결제대행업체인 밴(VAN)사의 수수료분담 조정합의안을 발표하고, 8월부터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를 확대시행하고 있다.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는 지난 2007년부터 가능했으나 카드사와 가맹점이 별도 계약을 체결해야 해 활성화되지 않았고, 이번 결정으로 무서명 거래가 가능한 가맹점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앞서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와 관련해 밴사 측은 전표 매입 수수료 감소를 이유로 반대해 왔다.
카드 결제 시 발생되는 전표를 수거하고 이를 카드사에 전달해 매입 수수료를 받아왔는데, 무서명 거래가 확산되면 수거 전표량이 줄어 수수료 수입이 줄어든다는 입장이었다.
카드사와 밴사 측은 전표 매입 손해액을 일부 나눠 부담해주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상황이 마무리 됐다.
금융업계는 무서명 거래 결정으로 편의점, 소규모 음식점, 동네마트 등 영세사업장이 겪고 있는 번거로움이 줄고, 버려지는 영수증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앞서 사례와 같이 무서명 거래를 악용해 이익을 취하려는 일부 업자들이 있어 카드사용자들로부터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것.
시민 박모(37)씨는 “카드를 내민 후에 금액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손님을 상대로 악용될 수 있다”며 “5만원 이하는 영수증을 주지 않는 가게가 많아 이같은 문제가 더욱 늘어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카드업계 관계자는 “삼성페이·신세계페이·네이버페이 등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대신하는 첨단 결제수단이 등장하면서 무서명 거래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이같은 피해가 발생할 경우 추후 보상이 충분히 가능하나 애초에 사용자 스스로 카드결제 시 꼼꼼히 확인한다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