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유명한 자동차 BMW 본사가 있는 남부 바이에른 주의 뮌헨에는 국립 독일박물관(Deutsches Museum)이 있다. 기술 강국 독일의 위상을 잘 보여주듯 이곳에서는 초기 내연기관을 포함해 디젤엔진, 광학기술, 자동차기술 등 가히 독일의 기술사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또 이 박물관에는 제1차 세계대전 후부터 대전 중 실제로 투입되었던 비행기들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전시하고 있어 공중전의 치열함을 상상하게 한다.
독일은 1차 세계대전에는 전차인 `LK 1`과 전투기인 `포커 아인데커`, 2차 세계대전 때는 전차인 `티거`시리즈와 전투기인 `메셔슈미트` 시리즈가 보인 활약상을 보더라도, 그 기술력이 여타 유럽 국가들을 훨씬 상회했었다. 전후 연합국은 영원히 독일의 재기를 막고자 전역의 산업시설을 강제로 해체해버렸다. 하지만 연합국은 독일인들이 보유한 당시 첨단기술의 노하우와 이를 현장에서 구현해 내는 장인들의 기술력은 파괴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결코 파괴할 수 없었던 독일인들의 기술력은 과연 어떻게 형성되고 전수되었던 것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장인(Meister)들의 정신과 기술력은 철저하게 현장중심인 이원직업교육제도(Duales Bildungssystem)라는 직업교육을 통해 양성되었으며, 대를 이어 전수된 기술을 토대로 독일은 오늘날 유럽을 넘어 국제사회의 리더국가로 다시 부상했다.
오늘날 항공산업은 세계화 시대의 대표적인 기술이며, 우주항공 기술을 포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기술들은 다른 2차 산업 분야들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또한 최근 항공산업은 정밀도와 내구성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면서, 더더욱 기반 산업들의 역량을 필수로 하게 되었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항공산업은 첨단기술 노하우를 축적하는 기초과학의 증진과 현장기술력을 갖춘 휴먼인프라(엔지니어)가 필수적이다. 비단 항공산업뿐만이 아니고 독일의 산업은 바로 첨단과학기술과 직업교육이라는 쌍두마차가 견인해 나가고 있다.
주지하듯 지난 100여 년 동안 전 세계 항공기 산업은 보잉(Boeing)이나 맥도널 더글라스(MacDonnell Douglas)와 같은 미국 기업이 지배해 왔다. 그러나 1978년 이후 독일과 프랑스의 합작이자 유럽의 항공산업 육성정책이 탄생시킨 에어버스(Airbus Industrie)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여 2013년대에 이르러서는 보잉과 함께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첨단 항공산업에도 독일의 직업교육이 배출한 현장기술인력의 역할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오늘날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강소기업이 많고 기술선진국이라고 하는 국가의 인력양성은 도제식교육과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듀얼시스템을 통해서 유지되고 있다. 특히 독일 기업의 20% 이상은 이 직업교육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탄탄한 동반성장을 이루고 있다. 사뭇 학연과 지연, 그리고 교사나 공무원 등 화이트칼라를 선호하며, 기술인력을 배출하는 직업교육기관을 폄하하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인식과는 큰 차이가 있다.
최근의 정부 출연연구소나 기업 및 민간연구소가 내놓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향후 10년 이후 제조업을 포함한 한국의 경제전망이 매우 어둡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산업의 허리가 되는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고용노동부의 폴리텍이나 교육부의 전문대학, 그리고 특성화고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직업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독일과 스위스 등이 시행하고 있는 도제식 직업교육이 현재 우리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고 향후 우리나라의 산업을 다시 일으킬 중요한 모델이라는 점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